기자명 김가현 (dreamer7@skkuw.com)

생각은 자유나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문자로 기록해 지면에 남기는 경우는 더 그렇다. 한번 종이 위에 잉크로 찍고 나면 정정하기 어려운 게 글이다. 그래서였을까, 한 학기 동안의 수습 활동과 한 달에 걸친 방중 활동 동안 설렘과 고됨보다 먼저 찾아온 건 책임감이었다.

수습 기간은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히는 일의 연속이었다. 모르는 용어들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낯선 절차에 익숙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며 보낸 나날들이 기억에 선명하다. 이 지난한 과정도 언젠가 지나갈 테지, 그리고 나면 길이 보일 테지, 하며 자신을 위로했지만 이름 석 자 뒤에 붙는 기자라는 직함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수습 시절의 나는 신문사 일정과 개인 일정,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여타 일정들을 조율하는 데 능숙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빈번하게 밤을 새우거나 시간에 쫓겨야 했다. 그런 나를 이끌었던 건 책임감이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하는 책임감. 주위 기자님들을 보며 그 책임감을 본받고자 노력했던 일이 좋은 역할을 해 주어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단어가 가진 의미가 좋다. 단어를 꺼내기까지 필요한 부단한 노력이 좋다. 수습 과정을 거치고, 준정 기자가 되어 3주차 발간을 앞둔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성대신문은 그런 곳이다. 책임감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신문사. 노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장소.
준정 기자가 되어 지면에 글을 싣는 지금이 되어서야 나는 내 이름자 뒤의 기자라는 직함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직함을 뒤따르는 책임감까지도.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보람과 설렘으로 가득한 나의 책임감.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신문사를 떠나게 될 먼 미래에 나는, 주위 자랑스럽고 멋진 기자님들과 함께 책임감 있었던 기자라고 기억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다시 책임감이라는 거친 파도 위를 여행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