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하진 (noterror0404@skkuw.com)

내 이름은 昰(옳을 하)자, 辰(별 진)자를 써 옳은 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辰이 다섯째 지지, 용이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한다. 항상 마지막의 설명까지 들으면 옳은 별, 옳은 용이라는 이름에 부응하는 삶을 꾸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고는 한다. 그래도 아버지가 고심해 지어준 이름이니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내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나를 온전히 나타내주는 단어는 내 이름 석 자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생활과 윤리 선생님이 유서를 써오라고 과제를 내주신 적이 있다. 그래도 내 인생의 마지막 말이 되리라 생각하니 꽤나 진지해져 내가 죽을 때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이 유서를 읽은 사람이 뭔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써 내려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남에게 교훈을 주는 말을 남길 만큼 대단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마지막 문장은 ‘내 이름에 걸맞는 인생’, 내 인생을 살았다며, 유서를 읽고 있을 당신도 당신의 이름에 걸맞는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는 말이었다. 이 문장을 타닥타닥 타이핑했던 것은 2019년 봄의 새벽 3시였지만, 그때 이후로도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가끔씩 내 이름을 검색해보고는 한다. ‘김하진’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님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단지 이름이 김하진인 것만이 공통된 사람들을 보며 영원히 박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할 때의 나는 내 이름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성대신문 홈페이지에서 김하진을 검색하면 내가 작성한 기사가 뜬다. 내 이름을 쌓아나가는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의 나, 미래의 ‘김하진’에게 실례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