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지윤 기자 (nanana@skkuw.com)

인터뷰 -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  

초기 대처가 중요한 층간소음
피해의 시간대와 
소음원을 명확히 파악해야

민감한 아랫집의 불평불만 정도로 여겨졌던 층간소음 갈등이 방화, 살인과 같은 심각한 범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은 전문인력이 전무하던 2001년부터 수많은 피해자와 직접 상담·중재하며 층간소음 전문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와 함께 층간소음에 관해 알아봤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주거문화개선연구소는 국민들의 주거 생활을 위해 2007년 설립된 단체로 주로 층간소음 민원 상담, 소음측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이하 층소위)를 대상으로 운영 및 민원관리 방법 등을 8년째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층소위는 전국 시·도의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따라 구성 및 운영되는 공동주택 자치 조직이다. 공동주택 내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이웃사이센터와 같은 국가 기관들이 갖는 긴 대기 시간, 사후관리 미흡 등의 고질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전문적인 교육으로 층소위를 더 활성화한다면 이웃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기반으로 자치적 활동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2022년 초에는 아파트 층간소음 등급, 개인 거주공간에 대한 층간소음 등급을 책정할 수 있는 ‘층안아(층간소음에 안전한 아파트) 앱’ 출시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수 천 명의 피해자를 접하며 기억에 남는 사례는.
층간소음으로 2년 동안 고통받던 40대 여성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상담을 진행했었다. 그녀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방문을 요청했는데 5층이던 본인의 집 대신 7층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곳에는 여성의 친언니가 입주해있었다. 6층 때문에 불면증까지 얻으며 힘들었는데 7층의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집을 구하던 언니에게 그 집을 추천한 것이다. 여성은 6층에서 소리가 들리면 7층으로 올라가 당한 만큼 돌려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사례는 어느 정도 귀여운 복수일 수 있지만, 더 끔찍한 경우도 수없이 많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속으로 화를 삭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층간소음을 겪는다면 꼭 알아야 할 점은.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통 층간소음 해결의 골든타임은 6개월 이내라고 본다. 층간소음을 겪은 지 6개월 이내라면 단순히 소음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더 길어지면 실제 소음으로 인한 고통보다 감정 문제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윗집은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점점 감정 문제로 치닫는다. 이런 상태가 1년 넘게 계속되면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여 결국 살인 충동을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소음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 소음 없는 집은 없다. 막연하게 ‘아이들 뛰는 소리에 머리가 아픕니다. 좀 뛰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하기보다 견디기 힘든 소음의 종류와 그 시간대를 정해 요구하는 게 좋다. 윗집도 명확한 요구를 통해 그에 맞는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가에서도 원룸, 고시원 등의 불법 시공으로 인해 벽간소음을 겪는 사례가 많은데.
입주자는 계약 전 공인중개사와 기존 거주자로부터 소음에 관한 정보를 묻고 꼭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만약 소음 문제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정도 소음은 다 참고 사는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계약한다면 심각한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을 수 있다. 부동산 역시 실적만을 위해 정보를 숨겨서는 안 된다. 2014년에는 층간소음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공인중개사에게 300만 원의 위자료가 선고된 바 있다. 안일한 계약 강행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계약을 마쳤고 현실적으로 이사가 어려운 경우, 원룸은 관리소가 없기에 꼭 부동산이나 집주인을 통해 벽간소음의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와 소음원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피해 시간대에 주의해줄 것을 강조해서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계약 시 ‘구조적으로 불법적인 요소가 있으면 이사할 수 있다’는 특약을 삽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층간소음은 단순한 이웃 간의 문제가 아닌 시공사와 정부, 관리사무소와 같은 여러 단체가 얽힌 종합적인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 갈등 발생 시 대응 방법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차근차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내에 층소위와 같은 조직을 필수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도 청와대 게시판에 층간소음 관련 청원이 7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결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길 바란다.

 

@차상곤 소장 제공
ⓒ차상곤 소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