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커피를 마시기 위해 1시간 줄을 서고, 주문 앱에는 접속 대기가 떴다. 지난달 28일 전국의 스타벅스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진풍경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무료 리유저블컵이다. 이날 스타벅스는 창립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을 기념해 전국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를 리유저블컵에 담아 제공했다. 소비자에게 다회용컵을 지급해 1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겠다는 나름의 친환경적인 취지에서다. 하지만 방점은 친환경이 아닌 ‘한정판’과 ‘무료’에 찍혔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리유저블컵이 주인을 찾아갔다. 그것들이 정말 ‘리유즈’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의 행사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을 친환경적이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일컫는다. 스타벅스는 제공한 리유저블컵의 재질이 생분해되지 않는 종류의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증가하자 이러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녹색 거짓말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의 탈을 쓰고 한껏 생색을 내지만, 정작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환경문제는 이러한 녹색 거짓말에 속아줄 여력이 없다. 

환경문제를 ‘70억 명이 함께하는 조별과제’라 비유하는 게시글을 봤었다. 이 글대로라면 70억 명이 의기투합해야 하는 환경문제는 영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친환경 운동에 대한 회의를 보여줄 뿐 타당하지 않다. 석유회사의 1년 탄소 배출량은 74만 명이 평생 배출하는 탄소와 맞먹는다고 한다. 환경문제의 주된 원인은 70억 명의 개인이 아닌 일부 기업들에 있다는 소리다. 이에 따라 문제의 해결도 훨씬 단순해지는 것이다.

기업들이 ‘진짜’ 친환경 경영을 하게끔 하면 된다. 그럼 어떻게 기업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기업이 문제의식을 느껴 자발적으로 변화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 테지만, 이는 수익추구라는 기업 운영의 본질과 충돌하기 쉽다. 그렇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친환경 경영을 무작정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환경친화적인 사고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와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70억 명의 힘이다. 그 힘이 소비자로서 기업에, 유권자로서 국가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유난히 덥고 비가 많이 내렸다. 이처럼 피부로 느껴질 만큼 가까워진 환경문제를 더는 막연한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당장 지구를 움직이는 것보단 한 기업과 국가를 움직이는 게 더 쉽지 않겠는가. 기업의 그린워싱을 분별하고, 정부의 환경정책에 관심을 가져보자. 하나의 변화가 다른 변화로 이어지고 또 이어져 결국 지구를 움직일 것이다.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