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빈 (sb9712@skkuw.com)

원천 콘텐츠 활용하는 IP 사업 성장세
스낵컬처, IP 활용 플랫폼으로서 두각 드러내

한 번만 쓰긴 아쉽다, 
원천 콘텐츠로서의 스낵컬처

‘구르미 그린 달빛’, <신과 함께>, ‘스위트홈’, ‘D.P.’ 등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2차 저작물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며 원천 콘텐츠로서의 IP 확보가 문화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IP 활용 방식의 대표적인 예로는 ‘OSMU’와 ‘트랜스 미디어’가 있다. OSMU는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의 약자로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의 특성에 맞게 각색해 송출하는 형태를 말한다. 트랜스 미디어는 원작의 스토리를 단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며 세계관을 확장해나가는 방식이다. 점차 다변화되는 IP 사업에서 스낵컬처는 성행의 시작점이자 독보적 파급력을 지닌 주체로 자리 잡았다.


스낵컬처를 빼고 IP 사업을 논하지 말라
IP 사업과 스낵컬처의 동행은 스낵컬처 콘텐츠의 매체 전환이 성공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기존에는 웹소설의 웹툰화 혹은 웹소설과 웹툰의 영상화가 IP 활용 사례의 절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스낵컬처 플랫폼이 IP 사업의 대상 분야로 확대됐다.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웹소설 달빛조각사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19년 모바일 *캐주얼 게임으로 제작됐다. 이는 원작의 독창적인 게임 세계관을 적절히 활용한 예로 손꼽힌다. 네이버 웹툰 <머니게임> 속의 버라이어티 쇼를 실사화한 동명의 웹예능 역시 원작 특유의 긴장감을 잘 녹여내 큰 화제가 됐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 △웹드라마 △웹소설 △웹애니메이션 △웹툰 등의 스낵컬처는 짧은 호흡과 회차별 전개라는 공통점이 있어 서로 간 매체 전환이 용이하다. 

스낵컬처의 IP 활용은 스낵컬처 플랫폼을 넘어 TV, 극장, 공연 무대 등 다양한 매체로 뻗어나가고 있다. 홍익대 경영학과 신형덕 교수는 “최근 스낵컬처가 콘텐츠 소비의 주된 대상이 되면서 웹툰과 웹소설이 원천 콘텐츠의 주축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스낵컬처의 IP 활용은 원작의 독자들을 팬층으로 확보해 어느 정도 흥행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신 교수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작품은 수월하게 2차 저작물 제작이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2차 저작물을 접하고 흥미가 생긴 소비자가 원작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두 매체의 소비자 수가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스낵컬처와 기타 매체 간 협업이 더욱 활발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 스낵컬처
해외에서도 IP 활용 사업의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웹툰을 주시하고 있다. OSMU와 트랜스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미국의 마블 코믹스와 국내 최대 웹툰 포털인 네이버 웹툰이 지난 7월 선보인 ‘마블 웹툰 프로젝트’가 그 예다. 마블 코믹스와 네이버 웹툰은 기존 만화책의 구성을 웹툰 형식으로 편집하거나 마블 세계관 속 등장인물의 과거를 다룬 새로운 오리지널 스토리를 웹툰으로 연재하며 IP 사업 플랫폼으로서 웹툰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스낵컬처를 2차 저작물로써 마케팅에 활용하는 광고 트렌드도 나타났다. *프리퀄 웹툰을 통해 세계관을 소개한 영화 <승리호>, 책의 앞 내용을 웹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도서 광고 ‘책끝을 접다’,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된 홍보 웹툰과 웹소설 등 스낵컬처를 후속 매체로 한 광고는 좋은 반응을 이끌며 대중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스낵컬처의 IP 사업이 불러온 변화
스낵컬처가 다방면으로 IP 사업에 활용되면서 문화 산업의 성격과 구조에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대중매체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의 성격이 다양해졌다. 백석문화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이승진 교수는 “웹툰과 웹소설이 IP로서 갖는 힘은 바로 서사성”이라며 “대중매체에서의 스토리텔링이 고갈되면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돋보이는 웹툰과 웹소설이 새로운 원천 콘텐츠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대중매체로 송출되는 작품들은 대개 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 새로운 모험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스낵컬처 작품은 창작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고 대중이 창작자로 참여하기 쉽기 때문에 신선한 소재와 과감한 전개를 시도하기 좋다. 

국내 창작 콘텐츠가 증가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뛰어난 기술력과 인적 재산에도 불구하고 해외 외주 작업이 주였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웹툰 영상화를 통한 웹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해외의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오던 기존의 구조에서 벗어나 국내 웹애니메이션을 수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P 활용,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원천 콘텐츠를 활용한 IP 사업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성공한 IP를 각색할 때는 원작과 원작 팬층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례로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각색한 ‘치즈인더트랩’은 극의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시청자들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원작과 달리 메인 커플의 비중이 부차적 요소인 ‘홍설’과 ‘백인호’의 러브 라인에 역전당하며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산 것이다. 한경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서성은 교수는 “각색은 원작의 핵심 스토리 세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매체의 변화를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면 각색은 성공한다는 말이 창작 현장에서 상식처럼 통용된다”고 말했다.

반면 트랜스 미디어의 성공법은 다르다. 후속 매체 콘텐츠는 원천 콘텐츠와 분명한 연결고리를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스토리나 설정에 공백을 넣어 소비자가 다른 매체의 작품도 찾아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서 교수는 “매체마다 다른 스토리들이 서로 연결되며 각자의 빈칸이 채워졌을 때 소비자들은 만족감을 얻는다”며 “소비자는 궁극적으로 세계관의 거대한 퍼즐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처음부터 OSMU와 트랜스 미디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거나 공모전을 여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는 IP 사업이 유력한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서 교수는 “앞으로 미디어 간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 사업의 규모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스낵컬처는 콘텐츠로서도 플랫폼으로서도 IP 사업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캐주얼 게임=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프리퀄=작품의 시간대보다 앞선 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룬 외전.

마블 히어로 웹툰 상치.
마블 히어로 웹툰 상치.
ⓒ 네이버 웹툰 캡처

 

웹툰 원작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웹툰 원작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유미의 세포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