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일러스트 | 서여진 외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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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비용 없이 시청자 끌어모으는 방송사의 클립영상
스낵컬처 활용한 광고, 소비자의 참여와 확산 이끌어낼 수 있어

우리 학교 채민정(문정 20) 학우에게는 특별한 ‘밥 친구’가 있다. 바로 SBS 예능 ‘런닝맨’의 유튜브 *클립영상이다. 채 학우는 “보통 혼자 밥을 먹을 때 방송사에서 올려주는 클립영상을 시청한다”며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가장 재미있는 핵심 부분만 짧게 편집된 클립영상은 지루하지 않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웹툰이나 웹소설, 클립영상 등의 스낵컬처 콘텐츠는 우리 일상과 떼놓을 수 없는 친구로 자리 잡았다. 스낵컬처 콘텐츠가 새롭게 받아들여졌던 ‘스낵컬처 1.0’ 시대를 넘어 ‘스낵컬처 2.0’ 시대가 온 것이다. 대중은 더욱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길면 안 본다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 맞춰 영화의 러닝타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상업 영화 러닝타임은 120분을 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흥행했던 상위 3개 영화의 평균 러닝타임은 112.7분이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60분 분량의 TV 드라마와 다르게 10분 내외로 짧고 굵은 웹드라마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웹드라마는 빠른 전개로 한 편의 영상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완결성을 보여줘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동의대 영화학과 허은희 교수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아지는 이유는 최근 OTT 기반 상영 플랫폼 환경에 익숙한 관객층의 집중력과 호기심이 유지되는 시간을 고려해 계산한 것”이라며 “60분 분량의 TV 드라마보다는 20분, 혹은 10분짜리 웹드라마가 주목받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방송사, “숏폼 콘텐츠로 시청자 잡아라”
이처럼 대중이 짧은 영상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숏폼 콘텐츠가 급부상했다. 숏폼이란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뜻하는 말로,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1분 내의 극초 단위 숏폼이 주목받기도 했다.

방송사도 기존 콘텐츠의 길이와 형식을 재편집한 클립영상을 다양한 플랫폼에 공개하고 있다. MBC의 ‘오분순삭’, JTBC의 ‘JTBC Voyage’, tvN의 ‘tvN drama’는 각 방송사의 산하 유튜브 채널로 기존의 드라마나 예능 등의 콘텐츠를 숏폼 콘텐츠로 재편집해 올린다. 채 학우는 “프로그램의 지난 회차를 풀버전으로 찾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유료로 회차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튜브 클립영상을 자주 시청한다”며 “특히 여러 회차를 이어붙인 영상이 주는 또 다른 재미와, 세부적인 재미 요소를 알려주는 댓글 덕분에 더욱더 클립영상을 찾게 된다”고 밝혔다. 방송사가 클립영상을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경제> 박호현 기자는 “콘텐츠 비즈니스는 *트래픽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방송사의 과거 방송은 저작권이라는 보호 장벽 덕분에 독점적으로 추가 비용 없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최근 쿠팡플레이에서 SNL 같은 짧은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무료로 공개하는 이유도 결국 트래픽을 높여 전자상거래로 비즈니스를 끌고 가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3분 지식,
“긴 글은 세 줄로 요약해주세요”

최근 SNS에 올라온 긴 글이나 영상에 ‘세 줄 요약’ 해달라는 댓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글을 읽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넷 용어다. 대중은 이제 긴 글보다는 요약된 글을, 글보다는 카드뉴스나 영상을 선호한다.

언론사도 독자들의 뉴스 소비행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다양한 양식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일보>, <한겨레> 등의 언론사는 자사 공식 SNS 계정에 기사 본문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카드뉴스를 올리며, <연합뉴스>는 지난 1월 국내 언론 최초로 AI를 활용한 기사의 세 줄 요약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 많은 언론사에서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스레터란 단체나 기관에서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알리기 위해 구성원이나 관련자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유인물로, 최근에는 주로 뉴스레터 서비스 구독자의 이메일로 발송된다. 뉴스레터는 단순히 기존의 기사를 요약하고 나열하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 △경제 △기술 △스포츠 △여행 △음식 등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독자는 직접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주제의 뉴스레터를 구독해 맞춤형으로 선별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기자는 “소비자는 큐레이션을 잘하는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그 콘텐츠를 받아보는 것에 가치를 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언론사 입장에서 뉴스레터는 해당 언론사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대중이 뉴스레터를 주기적으로 소비한다면 해당 언론사의 영향력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다시 언론사가 좋은 기사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브리핑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방송 뉴스와 달리 쉽고 친근한 뉴미디어 시사 채널도 인기를 얻고 있다. MBC의 ‘14F’, KBS의 ‘크랩(KLAB)’은 각 방송사의 뉴미디어 채널로 다양한 시사 정보를 5분 내외의 영상에 담는다. 크랩의 박소현 PD는 “방송사의 뉴미디어 채널은 TV 뉴스를 보지 않는 젊은 층이 쉽고 간단하게 시사를 알 수 있도록 유인한다”고 밝혔다.


“잠깐! 스킵하지 마세요”, 
소비자 겨냥한 스낵컬처 광고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광고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영상 광고의 경우 15초 혹은 30초로 제한돼 있었던 TV 광고와 달리, OTT와 SNS 등의 플랫폼에서는 6초짜리 범퍼광고부터 15분에 달하는 긴 호흡의 광고까지 길이와 형식의 측면에서 다양한 변주가 나타났다. 이때 범퍼광고란 건너뛰기가 불가능한 유튜브의 광고 방식으로, 짧은 시간 내에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어 광고주에게 선호된다.
최근 기업들은 광고 마케팅 전략에 스낵컬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웹예능 네고왕에 홍보를 진행했던 BBQ치킨은 창사 이래 최대 월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8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Z폴드3 및 Z플립3’ 홍보를 위해 웹예능 형식으로 6부작 리얼 마케팅 쇼 프로덕션 Z를 제작했다. 유재석 등 인기 연예인 5명이 출연한 6편의 영상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1200만 회를 넘었다. 이처럼 마케팅 전략에 스낵컬처를 활용할 경우 시청자에게 광고를 보고 있다는 거부감과 피로감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제품의 서비스와 특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그 자체를 흥미로운 콘텐츠로 받아들이게 한다.

우리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시래 겸임교수는 “스낵컬처를 활용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참여와 확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이처럼 자연스러운 정보 전달 방식의 광고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의 광고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친밀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과 아날로그적인 콘텐츠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픽고(PICKGO)' 유튜브 채널.
'픽고(PICKGO)' 유튜브 채널. ⓒ'픽고(PICKGO)' 유튜브 채널 캡쳐

 

'픽고(PICKGO)' 유튜브 채널.
KBS 뉴미디어 채널 '크랩(Klab)' 유튜브 채널. 
ⓒ'크랩(Klab)' 유튜브 채널 캡쳐

 


◆클립영상=클립(Clip)은 컷과 컷 사이의 조각을 뜻하며 클립영상은 영상을 짧게 컷한 동영상을 의미함.
◆트래픽=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이는 데이터의 양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