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기자가 읽은 책 - 비브릭 권용진 이사  

인공지능이 퀀트를 
대체하기에는 한계 존재
충분한 진로 고민 후 
퀀트라는 직업을 갖길

금융공학의 발전과 함께 생겨난 직업, 퀀트는 어떤 직업일까? 퀀트는 다른 직업처럼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퀀트로서 본인의 경험과 퀀트 알고리즘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저자 비브릭 권용진 이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퀀트 알고리즘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원리는 어떻게 되나.
알고리즘의 시장 분석 원리는 너무 많기 때문에 다 소개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식이나 기업에 투자하려면 먼저 저평가돼있는 기업을 데이터를 통해 발굴해야 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다양한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이다. 쉬운 예로, 애플의 주가를 예측할 때 가장 좋은 숫자는 애플의 매출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량일 것이다. 그런데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알아내야 한다. 기존에는 주가와 재무 정보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데이터를 가공해서 내재가치 측정 모델을 만든다. 예를 들어 브라우저가 *크롤링하는 모바일 운영체제 중에 애플의 운영체제가 늘어난다면 아이폰 사용자가 많아졌다고 해석한다. 퀀트는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해 추산된 판매량에 비해 애플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면 주식을 매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다. 퀀트 알고리즘을 매우 단순화해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주가를 유추한다.


책에 소개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퀀트라는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기존에는 데이터를 통해 예측 모델을 가정하고, 거기에 실제 데이터를 입력해 검증한 후 시장 분석 모델을 완성했다. 한편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실제 데이터를 입력해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실제 데이터 입력하기를 반복해 모델을 만들게 됐다. 실제로 인공지능 활용 전후로 여러 분야에서 알고리즘을 만드는 방식이 달라졌다. 스팸메일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전에는 스팸메일을 예측하기 위해서 ‘도박’이라는 단어나 특수기호가 들어가면 스팸메일로 인식하는 예측 모델을 만들고, 실제 데이터를 넣으면서 모델을 발전시켰다.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수많은 스팸메일 데이터를 입력시키고 공통점을 학습시키는 식으로 과정이 변화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변수를 단순화시켜 대략적인 가격 흐름을 예측할 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공지능만으로 파생상품이나 주식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퀀트가 인공지능으로 완전히 대체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본다.


퀀트에게 금융공학은 어떻게 활용되나.
퀀트에게 금융공학은 투자를 위한 배경지식이다. ‘성균관대에 지원한 고등학생을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만든다고 해보자. 이 알고리즘에 필요한 입력 데이터에는 내신, 수능점수, 봉사활동 점수와 같은 단순 수치들도 있겠지만, 교우관계, 리더쉽, 야망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들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을 금융공학에서 배우고, 이를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한다. 금융공학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상품을 설계하는 방법과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배우는 학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이나 응용 수학 등을 활용한다. 특히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통계적 모델링이다. 알고리즘 개발은 무슨 데이터가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하나의 수식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현재 퀀트 투자계의 트렌드가 있다면.
요즘 퀀트 투자계의 트렌드는 다양한 대체 데이터 활용이다. 예전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여주는 데이터인 매출, 부채, 주가, 현금흐름 등의 시장 데이터만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물류, 여행, 음식 배달, SNS 같은 대체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명인의 트위터나 사람들의 트위터 경향성, 위성 사진상의 주차장 주차 대수를 보고 주가를 예측하는 퀀트가 있는가 하면 아마존이 홀푸드 식품을 인수한다는 사실을 전용기의 왕복 횟수로 예측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의 소비 패턴을 보고 기업의 신용을 맞추는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퀀트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퀀트는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동시에 복합적이고 심오하다. 유튜버랑 비슷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아이디어와 시장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부와 명예를 얻을 수도,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몇몇 퀀트의 높은 수익률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여러 인과관계를 금융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지를 따지면 좋을 것 같다. 다변화된 시대에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직업과 분야가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 고민한 후에 퀀트라는 직업을 선택하면 좋겠다. 자신의 적성에 맞다면 퀀트는 정말 즐거운 직업이 될 것이다.

◆크롤링=여러 컴퓨터에 나뉘어 저장돼있는 자료를 수집하여 데이터 위치의 색인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기술.

ⓒ온라인 서점 yes24 캡처

 

ⓒ권용진 이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