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파생상품의 변동성 결정이 
금융공학의 핵심
금융‘공학’에서 기술 맹신은 금물 

 

최근 주식 열풍은 사람들의 관심을 금융의 다른 분야로까지 확장시켰다. 멀게만 느껴졌던 금융시장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파생상품은 많은 사람이 이미 매매하는 주식 등을 기초로 만드는 금융상품으로, 금융시장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된 요소다. 파생상품은 사람들에게 큰 수익성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언급될 만큼 위험성도 크다. 금융시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파생상품과 금융공학에 관해 알아보자.

볶음우동으로 알아보는 파생상품
파생상품은 주식회사의 자본을 형성하는 주식과 기업이나 기관이 돈을 빌린 후 돌려주겠다는 증서인 채권 등의 금융상품을 기초로 해 이 자산 가치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파생상품은 거래 형태에 따라 △옵션 △선물 △선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선도와 선물은 상품을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선도는 장외에서, 선물은 거래소, 즉 장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옵션이란 기초자산을 특정 시점에 매도하거나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것이다.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이라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예시를 통해 파생상품을 이해해보자. 다음 달에 홍수로 인해 밀값이 올라 5000원이던 볶음우동 값이 7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이는 이번 달에 식당 사장에게 500원을 주고 다음 달에 볶음우동을 6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매수했다. 이 상황에서 성균이는 볶음우동에 대한 콜옵션을 산 것이다. 다음 달에 볶음우동 값이 실제로 7000원이 된다면 성균이는 콜옵션을 행사해 6000원에 볶음우동을 매수하고 이윤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볶음우동 값이 4000원이 됐다면 6000원으로 볶음우동을 살 이유가 없는 성균이는 콜옵션을 포기하고 500원만큼의 손해를 본다. 식당 사장은 볶음우동 가격이 올랐을 때 성균이의 권리 행사에 따라 7000원인 볶음우동을 6000원에 팔아야 하므로 손해를 보고, 반대로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 때는 성균이가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므로 콜옵션을 판매해 남은 500원만큼 이익을 본다. 

풋옵션의 경우 이와 반대로 볶음우동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다음 달에 볶음우동 가격이 300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식당 사장은 성균이에게 4000원에 볶음우동을 팔 권리, 즉 풋옵션을 500원에 살 수 있다. 실제로 가격이 3000원으로 내려간다면 식당 사장은 성균이에게 풋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볼 것이다. 만약 볶음우동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식당 사장은 볶음우동을 실제 가격인 5000원보다 싼 가격인 4000원에 팔 이유가 없기 때문에 권리를 포기할 것이다. 이 경우 사장은 풋옵션을 사기 위해 낸 500원만큼 손해를 입는다. 이 같은 풋옵션 거래는 학생 식당, 즉 거래소 밖에서 이뤄진다. 

자신이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권리 행사를 취소할 수 있었던 옵션과 달리 선물은 정해진 시간이 흐른 뒤에 무조건 거래해야 하는 계약이다. 성균이와 식당 사장이 현재 5000원인 볶음우동을 다음 달에 3000원으로 거래하기로 하는 선물 계약을 맺었다. 그럴 경우 거래 당사자들의 의사나 다음 달에 볶음국수의 가격과 상관없이 계약한 양측은 다음 달에 3000원으로 볶음우동을 거래해야만 한다. 선물 거래가 학생식당, 즉 거래소 밖에서 발생하면 선도 거래가 된다. 옵션에서 성균이가 권리를 사기 위해 500원의 수수료를 냈지만 선도와 선물 거래는 수수료가 없다. 다만 계약을 체결한 이후 거래상품의 가격변화에 따라 선도·선물계약의 가치가 변한다.


금융공학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파생상품에 활용되는 금융공학은 어떤 학문이고, 또 어떻게 활용될까? 먼저 금융은 이자를 주고받는 돈거래다. 금융공학은 이런 금융과 공학을 접목한 학문으로, 수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등을 활용해 주로 파생상품의 가격과 거래에 대해 다룬다.

1970년대 오일쇼크 등 위기를 겪은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을 해결할 방법으로 수학적, 물리학적 방법에 능한 물리학자들이 금융시장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금융공학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을 퀀트라 불렀고, 퀀트는 계량적 방법을 사용해 여러 파생상품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공학이 발전한 것이다. 이 파생상품들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줬지만 결국 과도한 파생상품의 거래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비판받기도 했다. 


파생상품의 핵심을 결정하는 금융공학
금융공학은 파생상품의 가격을 측정하고, 또 이를 토대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데에 주로 활용된다.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측정하기도 한다. 

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블랙-숄즈 방정식이다. 블랙-숄즈 방정식은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가 고안해낸 식으로, 파생상품 중 하나인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쓰인다. 블랙-숄즈 방정식에서는 △변동성 △이자율 △현재 주가 등의 요인을 이용해 옵션의 가격을 결정한다. 기초자산의 가치 변화가 옵션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한 것이 블랙-숄즈 방정식인 것이다. 이 방정식은 옵션 외에도 다양한 파생상품에 적용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기초자산의 가치 변화와 같이 파생상품의 가격을 변화시키는 변동성을 구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금융공학에서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아주대 금융공학과 배형옥 교수는 “과거의 주가 변동성을 통해 미래 변동성을 추측하는 역사적 변동성 측정, 시간과 자산 가격을 변수로 삼아 계산하는 국소 변동성 측정, 파생상품 가격을 하나의 수로 특정해놓고 역으로 변동성을 측정하는 시장 내재 변동성 측정, 변동성에 대한 확률 미분 방정식을 이용하는 확률 변동성 측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변동성을 구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파생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의 이자율 변동과 변동성을 확률미분방정식 등 수리적 모형으로 구한다. 그렇게 구해진 가격을 토대로 예상 가격보다 저평가된 파생상품을 매수해 이윤을 얻는다. 금융공학으로 개발된 파생상품으로는 특정 자산이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정해진 수익률을 받는 형태의 파생상품인 ELS(Equity-Linked Securities)가 있다. 


일장일단의 금융공학,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금융공학은 양날의 검이다. 건전한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지만, 파생상품을 남발하면 시장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라는 부도 위험을 거래하는 신용파생상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야기한 원인으로 꼽힌다(본지 1679호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 가능성은’ 참조).

현재 금융공학은 금융보다 공학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개발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회사들의 자료를 정부에서 감사할 때 수많은 금융상품을 검토하면서 금융공학이 활용된다. 이상 금융 거래를 발견하는 포렌식 회계가 그 예다.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에서도 금융공학이 활용된다. 우리 학교 경영학과 김영한 교수는 “과거에 금융공학이 다뤘던 분야와 현재 금융공학이 다루는 분야에 차이가 있다”며 “알고리즘 트레이딩, 퀀트 투자 등도 공학 기술의 활용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1월 말 *게임스탑 사태에서 주식투자 앱인 로빈후드의 주 고객층이 그들의 기술을 맹신하는 투자자들이었다”며 “어려운 용어와 수학 공식만을 보고 기술을 덜컥 맹신하는 것을 지양해야 금융공학이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스탑 사태=개인투자자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사고팔게 해주는 주식투자 앱인 로빈후드가 게임스탑 주식에 대한 공방전이 극도로 격렬히 벌어질 때 ‘매수’ 버튼을 일방적으로 없애버린 사건. 이는 게임스탑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끄는 효과를 초래했다.

블랙-숄즈 방정식. 왼쪽부터 순서대로 시간(t)의 변화에 따른 파생상품(V)의 가치변화, 기초자산을 사서 은행에 넣어두는 가치, 기초자산(x)의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V)의 가치변화, 파생상품(V)을 사서 은행에 넣어뒀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자.
블랙-숄즈 방정식. 왼쪽부터 순서대로 시간(t)의 변화에 따른 파생상품(V)의 가치변화, 기초자산을 사서 은행에 넣어두는 가치, 기초자산(x)의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V)의 가치변화, 파생상품(V)을 사서 은행에 넣어뒀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자. 
ⓒ네이버 수학백과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