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떻게 지내? 교환 학기가 시작되고 10주가 지나도록 듣는 질문이다. 왜 갔어? 지금도 듣지만 아마 교환 학기가 끝나고 나서 더 많이 들을 질문이다. 두 질문은 타인이 나에게 가장 많이 묻기도 하지만 내가 나 스스로 가장 많이 묻는다. 왜 온 거지? 그리고 어떻게 지낼 거지?

처음 교환학생을 준비할 때 나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인천 공항 출국할 때가 되어서야 엄마를 붙잡고 서럽게 울었을지도 모른다. 퉁퉁 부은 눈으로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에 올라 플로리다 잭슨빌에 도착할 때까지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못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파견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울기 바빴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작은 기숙사에 종일 처박혀있는 경험은 도착한 지 석 달이 되어가는 지금도 떠올리기 싫다. 그제야 내가 대체 여길 왜 왔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넋두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하고 교환학생을 위한 OT에 참여하며 이름 외우기도 벅찰 정도로 많은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도착하고 3주 동안은 그들과 교류하고 이야기하며 추억을 마구잡이로 쌓기 바빴다. 마구잡이라고 표현하면 껄끄럽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나의 경험을 회고하면 딱 알맞은 표현이다. 규칙도 없고 정기적이지도 않으며 충동적으로 하루하루를 약속으로 채워나갔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점철된 추억은 하루가 끝나면 혼자가 된 나에게 다가오는 외로움까지 달래줄 수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우면 알 수 없는 허탈함이 가득 찼다. 누군가는 내가 왜 허탈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고, 교환학생 생활은 당연히 놀기 바빠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난 그 끝에 나만의 일상을 정립하지 않고 무작정 놀기만 바쁘다면 나의 본분이 흔들리고 소중한 유학 생활을 한국에서의 생활과 다름없이 흘려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도착한 지 한 달이 돼 플로리다의 날씨와 문화, 친구들과 제법 친해졌을 때 나는 약속을 마구 잡는 것을 멈추고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지 고민했다.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거창한 것을 말할 법하지만 사실 사소하기 그지없다. 하나, 약속 없는 날을 만들어 그동안의 추억을 정리하기. 둘, 엽서 모으기. 셋, 한 달에 한 번 다른 주로 여행 가기. 지키지 어렵지도 않지만, 막상 지키려면 쉽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는 4주 차부터 6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지키고 있다.

나의 이 세 가지 일상은 얽혀 내가 미국으로 왜 교환학생을 온 건지에 대한 답을 희미하게나마 보여주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얼마나 주체적인 사람인지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그만큼 한국에서 익숙했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을 쌓는 과정은 나의 자신감을 가득 채운다.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도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지, 하고 스스로 너그러워진다. 내가 가진 가능성을 알기 때문이다.

분명 타지에서 일상을 새로이 만드는 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익숙함과 일정함을 쫓아 어느 정도의 일상을 정립하기 마련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천공항에서 펑펑 울었던 나를 위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믿고, 스스로 너그러워지라고. 넌 분명 잘 지내고, 분명 미국에 간 이유를 찾아낼 것이라고.

 

최인영 (사회 18)
최인영 (사회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