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지난 추석 무렵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전례 없는 인기몰이에 갖가지 분석이 쏟아졌다. 그중 일명 ‘K-신파’가 비결의 핵심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외에서 꽤 익숙해진 데스물 장르에 한국식 서사로 변주를 준 것이다.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란 비판도 있지만, 그 흥행성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열풍의 원인은 매력적인 작품에만 있지 않다. 오징어 게임이 10년 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제작을 거절당했단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당시 국내 방송 심의와 오징어 게임의 높은 제작 비용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오징어 게임이 제작돼 글로벌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기까지엔 거대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사전 투자로 제작비를 일체 부담하며, 작품 하나만을 보고 거액의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스템이 오징어 게임과 같이 비주류 장르나 막대한 제작비를 요구하는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징어 게임의 성과가 커질수록 넷플릭스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거액의 제작비를 지급하는 대신 작품의 ‘지적 재산권’을 독점한다. 이에 작품의 흥행에 따른 부가 수익이 전부 넷플릭스에 돌아가는 구조인 거다. 블룸버그통신에서 밝힌 오징어 게임의 수익성은 약 1조 원이다. 이에 비해 오징어 게임의 제작 비용은 약 250억 원 정도다. 지적 재산권을 독점해 큰 수익을 내는 구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제작사를 하청 업체로 전락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50억 원을 들여 1조 원을 벌다니. 이렇게나 인기를 끌었는데 한 푼도 더 안 떨어지다니. 단순 수익만을 놓고 봤을 땐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과 같이 국제적으로 성공한 K콘텐츠가 국내에 가져올 성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직접적인 예를 들자면 추후 넷플릭스와 같은 대규모 플랫폼과의 계약에 있어 K콘텐츠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도 있겠다. 즉 글로벌 성공 사례의 누적은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고, 이는 곧 한국 문화 전반의 발전과 직결되는 것이다. 

기생충, BTS, 오징어 게임. 한국 문화계에 연이어 희소식이 들려오면서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K콘텐츠가 이처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데는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OTT의 영향이 컸다. 앞으로도 이런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 OTT 플랫폼이 K콘텐츠를 잘 이용하듯이, 우리도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령 OTT 플랫폼으로부터 국내 제작사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 하거나 불공정한 계약 구조를 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겠다. 

현재 한국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꽃을 피우고 있다. 앞으로 한국 문화가 글로벌 OTT를 양분 삼아 성장해 열매를 맺길 바란다.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