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빈 (sb9712@skkuw.com)

인터뷰- 허교범 작가

교훈보단 경험을 선물하는 책 쓰기 위해 노력
어렵지 않고 대중적인 이야기로 많은 독자 만나고파

 

“어린이들을 하찮은 존재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책에선 어린이들만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해내는 세계를 그리고 싶었어요.” 허교범 작가는 2013년 비룡소에서 주관한 아동문학 공모전 ‘스토리킹’에서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로 1위를 수상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단이 매긴 순위를 어린이 심사위원단이 전복시킨 이례적인 수상이었다. 이후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는 총 12편의 도서로 연재되는 내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아동 추리 문학의 새로운 발판을 닦았다. 탐정소설과 탐정 캐릭터 ‘엘러리 퀸’을 좋아한다는 허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가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훈 주입식의 아동문학을 좋아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취향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어린이를 어른과 대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싶었다. 따라서 억지 교훈을 주기보다는 모든 감상을 오로지 어린이 독자에게 맡기는 책을 쓰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아동문학이 가진 문법과 형식을 파괴하는 시도를 했으며, 어린이들을 이끄는 어른 캐릭터를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 어린이가 어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의 목표다. 이러한 노력이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마음에 닿았다고 생각한다.


아동문학에 탐정과 추리라는 소재를 접목한 이유는.
원래 추리소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스토리킹 공모전을 준비하며 평소 관심사였던 탐정물을 아동문학과 접목했다. 학창 시절에 읽은 추리소설은 내 일상의 탈출구 역할을 했다. 그 시절의 내가 이야기 속에서 찾은 영웅의 형태는 탐정이었다. 어릴 적 몸도 약하고 왜소했지만, 공부는 잘했다. 그래서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는 똑똑한 탐정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탐정은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점도 좋았다. 탐정소설은 고전적 영웅 서사인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줘 매력적이다.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아동 문학가로서의 소명을 가지게 됐다. 이 책이 효시가 돼 우리나라 아동 추리소설이 더욱 발전했으면 한다.


스무 개의 질문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추리 과정에서 질문을 스무 개로 한정 짓는다면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사건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스무 개의 질문이라는 요소는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약해진다. 스무고개 탐정이 스스로 그 규칙을 벗어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이들이 함께 놀이 규칙을 고쳐가며 발전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건의 수위는 어떤 식으로 조절했나.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는 아동문학치고 수위가 높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소재를 제한하려 하지 않았다. 아동문학이 아름다운 이야기만 전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세상에 악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악에 대처하는 어린이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고찰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살인은 사건 요소로 넣지 않았다. 어린이 독자들이 잔인한 묘사에 면역이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현실적으로 어른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어린이들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주제인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탐정소설이 하위문학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탐정소설은 문단에서 인정받을 만한 철학적 깊이나 예술성이 부족한 대중적인 장르라는 이유로 하위문학 취급을 받고 있다. 예술성 있는 작가,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문학의 가치는 문단이 인정하는 깊이감이나 예술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이해도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내 책을 즐겨줬으면 한다. 특히 아동 문학가로서 대중적인 이야기를 창작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허교범 작가.
허교범 작가.
사진|김수빈 기자 sb9712@

 

온라인 서점 yes24 캡처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표지.
ⓒ온라인 서점 yes24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