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철오 편집장 (cokim05@skku.edu)

도서관이란 용어를 국어사전에서는 ‘많은 도서를 모아 보관하고 공중에게 열람시키는 시설’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현 대학사회에서 도서관이 차지하는 위상은 본래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좌석 수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지금의 대학도서관은 진정한 열람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한지 오래다. 자료실 이용보다는 학업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 세태이다. 이러한 가운데 ‘책과 사람의 열린 공간, 진보의 요람’을 주창하고 있는 ‘생활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학생자치기구로서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 노력하고 있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생활도서관(이하:생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실험적 공간, 창조의 공간이라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가 부여된 생도는 90년대 대학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통해 제기됐다. 전국적으로 △서울대 △인하대 △강원대 등 약 11개 대학이 자치기구로서의 생도를 운영하고 있다. 본교의 경우 지난 98년 양캠에 건립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각각 열사의 이름을 따 ‘김귀정 생도’, ‘황혜인 생도’로 불려지고 있다.

기존 도서관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학생들의 정보 생산과 유통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함이 본 취지인 생도지만 초기의 그것은 온데 간데 없이 재정난과 인력난의 두 악재로 말미암아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이 원인은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외부 지원문제이다. 타대는 총학 학술국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어 교비가 지원되고 있지만 본교는 구조적인 문제와 생도에 대한 인식 부재로 지원이 거의 없다. 따라서 현 상황의 유지에만 급급할 뿐 새 책 구입 등 전반적인 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 측면은 내부 자체적인 문제이다. 정체성의 불분명에서 비롯된 많은 문제점들은 인력 확보 차원이라는 부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수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도서대여점, 헌책방화의 문제점도 지속되고 있어 개선이 불투명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현재 학생자치기구의 존립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도서관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학내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최근 전국의 생도들은 ‘전국생활자치도서관협의회’를 꾸려 다양한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90년대 중반 학생운동진영의 고립화 때 비판적 인식의 공간으로 중심 역할을 했던 생활도서관이 이제는 자치권 보장을 위해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의 의미가 변화되고 있는 한편 학생자치기구가 설자리를 잃고 있는 지금, 두 가지 본연의 의무를 지향하고 있는 양캠 생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