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영 기자 (kimkty0816@skkuw.com)

 

인터뷰 - 김혜라· 심진혁 배우

방역 여전히 철저하지만, 
관객들 조금씩 늘어나
지친 마음 치유하는 작품 됐으면

 

청춘들의 꿈과 사랑이 담겨있는 연극의 중심지, 대학로. 연극은 우리에게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생생한 연기를 선사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이러한 연극의 거리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한산해졌던 거리가 천천히 활기를 되찾는 지금까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10년째 대학로를 지키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에서 남정은 역을 맡은 김혜라 배우, 이경민 역을 맡은 심진혁 배우를 만나 대학로 연극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학로 연극계는 어떤 상황이었나.
김혜라(이하 김): 공연 회차가 점차 줄어들었고 심한 경우 모든 공연이 중단됐다. 특히 연극 같은 경우 오디션의 기회조차 줄어들어 다른 영화나 드라마의 오디션을 보러 다니거나, 배달과 같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동료들도 많았다.
심진혁(이하 심): 대면 활동이 제한돼 연극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공연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에 대한 감축도 있어, 실제로 생업을 잃는 분들이 많았다. 또 비대면 환경 속에서 연극의 형태가 새롭게 바뀌면서 여러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중계가 진행되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배우로서 느낀 한계가 있다면.
김: 대학로 공연을 진행할 수 없을 때는 다른 매체의 오디션을 자주 보러 다녔다. 이마저도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돼 자유 연기 영상을 찍어서 보내는 식이었다. 대학로 극장에서도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도 짧은 영상만으로 나를 온전히 보여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꼈다.
심: 무대를 설 수 없는 환경 자체에 위기감이 들었다. 극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 다시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또 현장감의 부재로 관객들과의 교감에서 오는 힘을 그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실제로 현장에서 연극을 준비하며 느꼈던 변화가 있었나.
심: 상업 공연이 아닌 짧은 연극제에서는 무대 위에서 마스크를 써야 할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 배우라는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제한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연극의 형태나 주제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 실제로 ‘2021 SF연극제’에 참여해 코로나19 이후 국내 연극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창작극을 만들기도 했다. 변모한 시대에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객과의 소통 측면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김: 원래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촬영 시간과 사인회가 마련돼 있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러한 만남의 시간이 없어졌다. 이처럼 공연 직후 바로 반응을 느끼고 후기를 듣는 시간이 없어졌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은 변함없다. 연기하는 도중 가장 몰입하는 장면에서 관객들도 같이 숨을 멈추고 긴장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때가 많다. 
심: 직접적인 소통의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공연 중에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큰 아쉬움은 없다. 무대 위에 있으면 관객들이 굳이 반응을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관객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큰 힘을 받는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새롭게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김: 코로나19 사전 문진표를 작성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역수칙은 그대로지만,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또 극장 안에서 마음껏 울고 웃는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커지고 생생해졌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심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관객 수를 체감하기도 하지만, 대학로의 분위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심: 이제는 공연 시작 전 극장 밖까지 관객들이 줄을 길게 서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변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대학로 연극이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고, 공연예술 시장 자체가 지금보다 활발히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배우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힘들게 노력하고 계시는 공연기획자나 예술가분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에도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 연극 <옥탑방 고양이>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김ㆍ심: <옥탑방 고양이>는 약 10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고 이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힘든 시기에 찾아주신 만큼 이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에는 편한 마음으로 저희와 함께 즐기다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또 공연을 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문득 떠오르는 행복한 추억이 됐으면 한다.


 

심진혁 배우(왼쪽)와 김혜라 배우.
사진ㅣ김태영 기자 kimkty0816@
뭉치 역의 노수빈 배우(왼쪽)와 겨양이 역의 박다진 배우.
사진ㅣ김태영 기자 kimkty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