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현중 기자 (caoshj@skku.edu)

서정돈총장은 지난달 27일 비전2010+를 제시했다. 급변하는 사회환경을 분석해, 우리 대학의 현재 모습을 고찰하고 기존 비전2010을 재정립하는 건설적인 제안이었다. 반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심도있는 분석과 나아갈 방향이 담겨져 있어 의미가 돋보였다. 비전2010+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볼 수 있는 5대 전략과제와 4대 역점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선집중 - 후확산’으로 집약된다.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전략은 과거 60∼70년대 우리나라의 성장모델로 삼은 거점개발방식을 떠오르게 한다. 마땅한 자원도 자본도 없는 당시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자원을 집중해 가장 빠르게 육성할 수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하는 방안이 유효 적절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가발전을 위한 방식이지만 기업은 물론, 대학, 개인에게도 적용돼 활용되고 있다.

대학에서는 현재 지방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일찍이 특성화,  벤처화 등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수대학을 따라잡기 위해서 경쟁력있는 소수 학문에 집중, 특성화시켜 발전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방이라는 지리성과 사립대학으로써 부족한 재원이라는 환경과 맞물려 대부분의 학교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으로 거점개발방식과 흡사한 면을 띄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대학은 세계 100위권이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조급함을 낼 수 있겠지만, 한국 대부분의 대학에 비하면 좋은 여건에 놓여져 있다. 사학 빅3라는 위상과 발전된 교육여건,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메이킹 모두 발전하기 위한 좋은 자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University라는 종합대학에 걸맞게 모든 학문이 고루 발전해 서로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역점 프로그램대로 ‘Nano’, ‘MBA’, ‘동아시아학’을 특성화시킨다면, 자칫 종합대학이라는 성균관은 특성화된 단과대학만 남고 이외는 주변화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University는 사라지고, 단과대학별로 College화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성장을 위한 과도기에 있어 안고 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 학부제로 대두되는 광역화 문제, 이어 만들어진 전공편중 현상, 그리고 연구중심대학으로써 대학원과 학부사이의 논란, 그 동안 이뤄진 선택과 집중에 따른 구성원의 불만, 복수캠퍼스에 대한 소극적 대처, 미흡한 정체성확립 등 당면한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선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은 그 동안 선택에서 배제된 구성원들의 잠재된 불만을 더욱 자극, 폭발시켜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데 실패할 수 있다. 이들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다음 단계로 발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거점개발방식을 계속 고집한다면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결국 사분오열로 갈라져 이 또한 성균관이 College로 가는 길로 이끌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몇년전에 비해 연구력, 입학성적, 교수확보 등에서 상승세가 둔화됨에 따라 위기감이 고취돼 다소 조급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정책 앞에서 신중함은 언제나 강조되는 자세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져, 모든 학문이 고루 성장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세계속 성균관 University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