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하진 (noterror0404@skkuw.com)

 인터뷰 -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줄기세포 이용한 기존 역분화 전략의 문제점 극복
실제 인체의 피부에도 역노화 기술 적용 가능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 벤자민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을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역노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하지 않고도 역노화 기술을 개발한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구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기존 역분화 전략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세포 노화를 시스템 생물학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동안의 노화 관련 실험을 통해 알게 된 파편적인 사실들을 수집해서 분자들 간의 조절 관계를 거대한 네트워크 모델로 만들었다. 이 모델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노화의 원인이 되는 분자 스위치를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아무도 알지 못했던 분자 스위치, ‘PDK1’ 인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PDK1은 단백질 합성과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mTOR과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 물질의 생성에 관여하는 NF-kB를 동시에 제어하고 있는 상위 조절 인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 진피섬유아세포에서 PDK1을 억제했을 때 세포 노화 표지 인자들이 사라지고 정상 세포로서 기능을 회복하는 현상을 보였고, 실제 피부를 모방한 인공 피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 또한 확인했다. 따라서 이러한 역노화 전략은 노화를 늦추거나 멈추려는 항노화와는 달리 이미 세포 노화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원래의 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기존 부분적 역분화 전략의 한계와 이를 극복한 방법은 무엇인가.
분화가 끝난 인간의 섬유화 세포를 대상으로 네 가지 인자를 조절하면 역분화, 즉 다시 줄기세포 상태로 세포가 재프로그래밍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을 중간에 멈추게 하면 늙은 세포가 다시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몇 년 전에 밝혀졌다. 이러한 부분적 역분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세포가 젊어지긴 하지만 암이 유발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세포 내 분자들 간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이런 부작용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해당 연구의 경우 역분화가 아닌 인자 하나를 분석해 조절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기존의 역노화 연구와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 PDK1은 세포가 노화로 가는 분기점에서 중요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자다. 따라서 PDK1을 억제하면 노화한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안전하게 분열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 피부로 결과를 확인했다. 인체에도 적용이 가능한가.
연구에서 사용된 인공 피부는 실제 인체의 피부 조직을 인공으로 층층이 배양해서 만든 3차원 조직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인공 피부에서도 역노화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는 주식회사 아모레퍼시픽이 기술을 이전받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진행을 거의 완료한 상태다. 내년에 해당 연구를 활용한 피부 재생 크림이 상품화될 예정이니 실제 인체에 적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피부세포 외의 다른 세포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 발견한 분자 스위치는 피부세포에만 존재하지 않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약 300여 종의 세포들 대부분에 존재하는 스위치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노화뿐만 아니라 몸속에 축적되는 노화세포에서도 역노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 노화세포가 쌓여가면서 암과 같은 여러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해당 연구는 피부 재생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있다면.
이번 연구가 유일한 발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몸과 세포에는 여러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 과정에서 굉장히 복잡한 조절 메커니즘이 내재돼 있다. 이런 복잡성으로 인해 생명 현상은 우리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해당 연구는 그런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한 한 가지 사례다. 

역노화 기술은 건강한 노후 시대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평균 수명이 약 82세인 반면 *건강수명은 65세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17년 동안 병을 안고 노후를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관련 연구를 통해 건강수명을 더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노화로 인한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암의 경우 해당 연구처럼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비가역적인 현상으로 불리는 것들을 분자 스위치들을 찾아 조절함으로써 가역적 현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인간 진피섬유아세포의 세포 노화 신호전달 네트워크 모델의 시뮬레이션 분석 모식도.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 홈페이지 캡처
인간 진피섬유아세포의 세포 노화 신호전달 네트워크 모델의 시뮬레이션 분석 모식도.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 홈페이지 캡처


◆건강수명=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