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연구 INSIDE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 시간표준그룹  

대한민국 표준시를 지키는 곳
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

 

시계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우리나라의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머지않아 전 세계의 시간을 지킬 그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의 시간표준그룹 허명선 그룹장을 만나 그들의 연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간표준그룹에 관해 소개해 달라.
시간표준그룹은 다양한 원자를 이용해 시간주파수 분야의 정확한 표준을 확립하고, 측정표준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간 단위의 재정의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가 주요 첨단 산업과 국민 생활 및 안전에 요구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 이외로는 대한민국 표준시를 생성하는 업무를 한다. 안정도가 높은 상용 시계 여러 대를 이용해 대략적인 1초를 생성하고, 세슘원자분수시계를 활용해 그 정확도를 높인다. 동시에 시계 자체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표준시를 정확히 유지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시간표준그룹의 연구팀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원자기반양자표준팀’은 1초의 재정의를 목표로 광시계와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다음으로 ‘원자기반양자측정팀’은 대한민국 표준시를 생성하는 1차 주파수표준기와 국제원자시 생성에 기여하는 원자분수시계를 개발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을 위한 위성탑재형 원자시계를 연구하고 절대 양자 중력계, 원자 기반의 양자 센서를 개발한다. 이외에도 양자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성광응용시각동기팀’은 위성과 광 네트워크를 이용한 시간 표준 전송 기술의 첨단화와 우주기술을 위한 기준시 생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계의 성능 향상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이뤄지는가.
원자의 진동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상온에서는 원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 이를 시계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자들을 한데 모아야 한다. 이때 레이저, 진공 시스템 등의 장치가 쓰이는데 이 과정에서 원자의 고유 진동수에 변형이 가해진다.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영향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계의 성능, 즉 정확도가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내비게이션에 사용하는 GPS 등의 위성항법시스템을 예로 들어 보자. 빛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시간의 오차가 백만 분의 1초 정도만 돼도 산술적으로 300미터가량 차이가 난다. 목적지까지 운전하면서 잘못된 골목에서 회전을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주변을 빙빙 돌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상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데, 이것이 같은 시각에 이뤄져야 정상적인 시장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BTS 콘서트 티켓을 대한민국 표준시로 9시에 판매를 시작한다고 할 때, 각 나라 시간의 정확도가 다르다면 일부 국가에서는 예매할 수 없는 불공정한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러한 시각의 정확도는 금융, 통신 등 전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시계가 궁금하다.
지난 10일부터 1세대 광시계인 ‘KRISS-Yb1’이 세계협정시 연구에 참여하게 돼 2030년 즈음에 1초를 재정의할 예정이다. KRISS-Yb1의 진동수가 *흑체복사로 인해 영향을 받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2세대 광시계인 ‘KRISS-Yb2’를 개발 중이다. KRISS-Yb2 연구는 2025년까지 측정 결과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정량적 지표인 ‘측정 불확도’를 1.4×10-18까지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KRISS-Yb2를 우주의 나이인 약 138억 년이 흐를 동안 생기는 오차가 1초보다 작을 정도로 정밀한 시계로 만들 것이다.

시간표준그룹에게 시간과 시계의 의미란 무엇일까.
198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아서 레너드 숄로우 교수는 “진동수가 아니면 측정하지 말라”고 했다. 현존하는 모든 단위 중 가장 정확하게 구현된 단위가 진동수라는 뜻이다. 진동수를 기준으로 하는 시계의 단위는 각종 정밀 측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0억 년에 1초 혹은 100억 년에 1초라는 정확도가 지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각종 기초 과학의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시간은 다른 단위와 다른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디에나 있지만,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길이나 질량, 온도처럼 측정할 수 있지만,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없앨 수도 없고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온도계나 체중계는 배터리가 다 되면 교환해서 다시 켜면 되지만, 시계는 배터리만 바꾼다고 다시 쓸 수 없다. 이미 시간이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시간을 유지하고 지켜야만 하며, 각 나라 시간 표준 기관들의 연구원들이 ‘시간지킴이’가 돼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시간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시간은 현재만이 존재하며, 지난 과거나 앞으로 올 미래의 시간에 대해 우리가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현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10분 전의 현재와 지금의 현재는 다르다. 영국의 소설가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악마는 타락을 위해 과거에 집중하고 현재와 영원을 멀리하게 만들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우리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염려를 버리고, 다시 오지 않을 현재에 집중하고 인내하는 것이 ‘시간’을 사는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1세대 광시계 'KRISS-Yb1'ⓒ허명선 그룹장 제공
1세대 광시계 'KRISS-Yb1'
ⓒ허명선 그룹장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의 시간표준그룹 허명선 그룹장
허명선 그룹장


◆흑체복사=흑체가 외부의 모든 빛을 완전히 흡수했다가 재방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