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제54회 성대문학상을 시상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성균인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이 문학상은 1962년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 나이 헤아리는 법을 원용한다면 내년이 환갑이 되는 셈입니다. 자축해도 좋겠습니다. 60년 역사가 계속되는 동안에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현대사가 군사독재와 민주혁명의 교차 속에서 심한 굴곡을 겪어왔음을 상기해 보십시오.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이 민주혁명의 견인차였고, 대학이 갈등의 주요 무대였습니다. 더욱이 성대 학생운동의 전통이 여느 대학보다도 뚜렷했음을 감안한다면, 몇 차례 단절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오히려 단지 몇 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이야말로 놀라운 성취라 하겠습니다. 그간 성대문학상의 전통을 잇기 위해서 일을 맡아보던 사람들의 무명의 헌신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음 깊이 경의를 느낍니다.

문학상 제도가 첫 출범할 때 성대신문 지면을 열어보았습니다. ‘참신하고 패기있는’ 무명의 ‘성균 건아’를 발굴하여 학계와 문단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성균 학우들의 문학 창작 활동을 권면한다는 뜻이 뚜렷합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이 문학의 효용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1936년 울산 백양사에서 지낼 때입니다. 고문과 감옥생활로 건강을 잃고서 형집행정지로 출옥해서, 건강을 추스르고자 정양하고 있었습니다. 58세 시절이니 머지않아 60대 노년에 접어들기 직전입니다. 독립운동의 동료이자 사돈이기도 한 손후익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집의 한두 장을 넘기다가 마음에 맞는 곳을 만나면 갑자기 마치 침통한 병이 몸에서 떠나버리는 것 같으니, 진실로 이치에 맞는 말이 사람을 감발시키는 것이 정말 이와 같습니다. 


(「손후익에게 답함」, 1936)
 

‘마음에 맞는 곳’이란 미학적 성취가 뛰어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겠지요. 혹은 독자의 내면 의식에 동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이 거둔 성취로 말미암아 재미와 감동을 느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침통한 병이 몸에서 떠나버리는 것 같은’ 심리적 효과를 준다는 문장에 눈길이 갑니다. 문학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 이처럼 간명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고문으로 인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감동을 느끼고 분발케 한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문학이 그러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문학 창작을 권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균 학우 여러분께 성대문학상 제도를 활용하여 학계와 문단에 도전하는 발판을 마련해 보시라고 권유합니다. 

낙선자가 있습니다. 그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낙담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내로라하는 현역 작가, 문인, 교수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학교 재학시절 현상 응모와 문학상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분을 여럿 알고 있습니다. 어찌 쓰는 것마다 걸작이 될 수 있겠습니까. 좌절하지 마시고 더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임경석 교수 문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