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 밖의 기성사회와 대학은 그리 높지도 않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으로 여긴다. 아마도 순수·열정·탐구·희망 등과 같은 가치 개념이 대학에 존재하거나 최소한 존재하기를 희망하는 사회적 인식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담장은 울타리라는 공간적 개념을 넘어서는 가치적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다.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대학의 문화는 담장 밖 기성의 문화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이 전제되었기에 ‘대학문화’니 ‘진리의 상아탑’이니 하는 말들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다. 우리는 경기선행지표들을 통하여 앞으로의 경제동향을 예측한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문화는 내일의 우리 사회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기성사회는 대학의 문화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만큼 대학의 문화는 대학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대학문화는 어떠한가? 순수, 열정,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기대해도 좋은가? 지금으로선 담장 밖의 사회문화와 담장 안의 대학문화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대답에 갈음하고 싶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그렇게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갈망하여 왔다. 기성사회의 행태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우리의 대학사회에서 만이라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 학생대표를 선발하는 선거에서 서로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아니하는 모습들, 성폭력 교수를 ‘소탕하자’는 살벌한 모습들,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놀라운’ 출력의 확성기와 사물놀이 소음들, 캠퍼스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담배꽁초들, 강의실 벽면에 찍혀 있는 신발자국들, 덕지덕지 붙어 있는 현수막과 대자보들, 소주병과 컵라면 그릇이 나뒹구는 자치공간들, 이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모습들을 매우 사소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학칙을 적용하거나 어느 누구도 제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가장 기초적인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지금의 대학문화에서 과연 내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남의 허물이 아니라 우리 학내 구성원 모두에 해당되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부터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야할 것이다.

학교 당국은 현재 교과과정 개편을 위하여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교과과정 개편의 커다란 방향은 교양의 강화와 전공의 내실화라고 한다. 머리 속으로 이해하는 교양보다는 몸으로 체득하는 교양이 더욱 중요하다. 입으로 부르짖는 구호보다는 발로 실천하는 행동을 우리 사회는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기성사회를 비판하기에 앞서 나부터 법과 원칙을 지키는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 성균인 모두의 모습 속에 배어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