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사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나라 전체의 생존이라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을 팽개쳐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구태의연한 주장을 하면서 이전의 행동양식을 습관적으로 답습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을 정도이다. 우리 사회가 살아남으려면 주위가 이렇게 헛돌고 있어도 대학은 미래에 대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 주변 환경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지식 사회이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나라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그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시대이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 학습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 전반이 이런 사실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를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모든 집단이나 성원들이 단기적인 방안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윤 창출이 집단의 존재 이유인 기업체가 그러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가용한 연구 재원의 거의 대부분을 실용적인 제품 개발 연구에 투입해도 된다. 그러나 사회가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을 해야 한다. 당장 어떻게 실용화할지는 모르지만 5년 후나 10년 후에 실용화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종래에는 이 역할을 대학이나 국책연구소가 담당하여 왔으나, 지금 우리나라 대학과 국책연구소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기업이 투자하려는 곳에는 중복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정부의 연구비조차 가시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는 실용화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듯이 기초 연구를 수행할 인력을 양성하는 일반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대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우리학교에서 추진하는 학부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도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대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유인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일반 대학원을 진학하려는 학생을 늘이는 묘방은 대학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학생 자신의 인생을 건 투자인데, 대학원 진학에 투자하게 하는 유인책은 대부분 사회에서 제공할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보다 안정된 미래를 약속해 준다고 학생들이 생각하게 된다면 말려도 일반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기에는 우리의 미래가 너무나 중요하다. 대학원 진학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의 모든 성원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도 미래에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수요보다 공급이 적으면 시장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자기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점을 고려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