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호 편집장 (freshnblue@skku.edu)

남성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욕설일 것이다. 몇 년 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들은 한 마디의 이야기를 소화하면서 수많은 욕설이 섞인 대화를 보여줬다. 이에 맞춰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에 나왔던 원색적인 대사들을 따라하곤 했다, 그런 욕설을 씀으로서 자신이 남성답고 강하게 보이는 양 생각하면서.

그 이후에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온 것들은 사람들에게 확고하게 욕설과 강함의 상관 관계를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을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면 등장하는 건달들은 거친 말투와 행패를 부리면서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곤 한다. 이에 욕설은 이들의 강해 보이는 모습을 꾸며주는 액세서리의 역할을 한다. 욕설과 거친 행동을 앞세운 그들의 모습에 수많은 소시민들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한 채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욕설과 강함의 상징적 관계가 조작된 것이 아닐까.

내 주위의 사람들 역시 위의 예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깨나 양아치스런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생각했던 녀석들은 원색적인 욕설을 구사하면서 거들먹거리는, 때로는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렇지 못했던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저 변두리에 머물러 있거나 그들과 친해지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나 역시 욕설과 강한 이미지와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때 욕쟁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을 만큼 욕설을 많이 썼다. ‘욕이 입에 붙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다른 이에게 자신이 약해 보이지 않고 싶었다는 내 알량한 자존심의 발로가 아니었나 한다. 각자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한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욕설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너무 거칠어서 천박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함이라는 이미지 속에 숨겨져 있는 수준 낮음과 욕설이라는 상징 속에 숨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 비겁함을 지적한 것이다. 어쩌면 매체를 지배하는 계급에서 욕설로 상징되는 강력한 폭력적 이미지를 통해 힘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이데올로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상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우리네의 삶을 보여준다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곳에서는 이러한 힘에의 복종이 당연시되지 않았는가.

욕설로 대표되는 폭력적 강함에 대해 소극적 복종으로 달래는 당신, 적극적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당신, 그에 대해 날카로운 독설과 공격으로 응대하는 당신. 과연 이 가운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