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배달원 최명수(영문·59) 씨를 만나

기자명 백종영 기자 (godobihang@skku.edu)

   
“학교를 위해 좋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네요. 실버퀵의 초창기 멤버로서 홍보요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방송출연도 했지만, 그때도 학교 이야기는 안 했어요.”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며 후배여서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할 수 있었다고 수줍게 말하시는 최명수(67)씨. 그는 63년 본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지하철을 통한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활용하는 공익사업인 실버퀵의 실버 배달원으로 활동 중이다.
선후배 사이여서 무언가 통하는게 있었을까. 기자는 많은 실버 배달원들 사이에서 한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 당시는 여학생의 수가 적어서 여학생은 수업료가 할인되었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죠?” 학창 시절 이야기를 꺼내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졸업 후 교사, 무역회사 등 사회활동을 하던 그는 결혼 후 아이를 갖게되자 사회생활을 포기했다고. “그 당시 사회분위기는 지금과 달라 가사 일은 무조건 여자들의 몫이었죠. 직장일과 가정일 다 잘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일을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 착오였던 것 같아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사회생활을 계속했을거라는 그는 여성도 자기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진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 후에도 틈틈이 역학, 컴퓨터 등 무료강좌를 수강할 정도로 최씨는 배움에 있어서 열정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배우는 속도가 점점 더뎌져요. 하지만 내일 죽더라도 오늘 배우자는 의지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실버퀵도 사랑의 복지재단에서 마련한 무료 컴퓨터 생활교실을 통해 소개받아 시작하게 됐어요.” 일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무거운 것을 배달할 때는 조금 힘들지만 자신을 찾는 손님이 있을 땐 보람을 느낀다고.

“노인들이 먼저 모범이 돼야해요. 더 이상 노인은 옛날의 완고한 어른이 아니거든요. 가끔 보면 일하시는 어른 분 들 중 불평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일할 때는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해요. 배달하는 동안 나는 어른이 아닌 고용인이죠” 마지막으로 다른 노인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기자의 예상을 깨고 충고가 이어졌다.

일이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그, 인터뷰 동안에도 인터뷰 장소인 복지재단에 온 다른 노인들을 돕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기자를 배웅하러 나오며 뽑아준 율무차 만큼이나 따뜻한 그의 마음이 추운 날씨로 얼어있던 기자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