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버릴 수 있는 시간 돼야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누구든지 한번쯤 학술대회를 홍보하는 포스터나 현수막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술’이라는 말의 딱딱함으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 힘든 학술대회. 학술대회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자리일까.

간단히 말해 학술대회는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학문의 연구가 이뤄지는 대학에서 학술대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표되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장기적으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치며, 때문에 각종 일간지에서는 주목할 만한 학술대회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학문적인 면에서 봤을 때 학술대회는 최근 연구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찬희 씨는 “출판물보다 학문에 대한 최근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학술정보를 교류하고 정보를 얻는 공적인 자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덧붙여 동아시아학술원 최환영 연구원은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선보이고 다듬어 가는 실험적 측면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아직 확실한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연구 과정에 있는 여러 사실들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로써 이야기를 나눌 장이 마련되고 토론과 이슈화를 통해 발표된 결과들을 공고히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렇듯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학술대회이지만 학생들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본교에서 가장 많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곳은 동아시아학술원이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학자 초청 집중강의를 비롯해 40여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동아시아학술원 최환영 연구원은 “외부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은 미약한 편”이라고 말한다. 최 연구원은 학생들의 학술대회 참가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이 학업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학술대회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을 뿐만 아니라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학술대회 일정이 수업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참여가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학술대회를 통해 학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의 학술대회 참가를 학점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또한 일반 수업 중에서도 커리큘럼과 관계있는 학술대회의 참가를 의무적으로 하는 수업도 있다. 지난 해 ‘민족통일론’을 수강한 하세진(유동3)군은 ‘신정부의 안보정책 방향과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하 군은 “학술대회에 참가해야만 작성할 수 있는 과제가 동기가 됐지만 수업과는 다른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하며 “평소 관심있던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함께 어떻게 연구가 이뤄지는지 느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수업 시간에 필수적으로 참가하게 하는 경우 외에 학생들은 잘 알려진 연구자들이 발표자로 참여하는 때 많은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색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학술대회도 있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심리학회심포지엄’에서는 뇌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에 대한 OX퀴즈를 마련해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또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등 딱딱한 학술대회의 모습을 탈피하려 노력했다. 학술대회 홍보와 더불어 학술대회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하 군은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 좀 더 심층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 때문에 자칫 발표가 길어지면 토론이 형식적이 될 우려가 있다. 활발한 토론은 학술대회의 의의를 살리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질문과 토론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진행시간을 충분히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여는 학술대회는 없을까. 학술제가 가장 가까운 예이다. 학회의 연구 결과나 과 학생들의 생각을 발표하는 공간인 학술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술제는 학생들이 연구한 내용들을 발표한다는 의의도 있지만 발표와 토론이라는 형식이 대부분인 기존의 학술대회와는 달리 연극 등의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들의 신선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딱딱하고 어려운 학술대회에서 깊이와 함께 대중성도 갖춘다면 더욱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학술대회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