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적용에 따라 개념 달라져

기자명 박현민 기자 (jade84830@skku.edu)

본교에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스포츠과학 이라고 불리는 계열이 있다. 우리는 ‘과학’이라고 하면 먼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의 자연과학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과학’이라는 개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이유로 인문·사회 등의 학문 분야와 연관지어 졌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과학’이라고 하면 자연과학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자연과학으로만 한정되던 과학의 개념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여러 학문 분야로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과학’이라는 말은 그래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문과학’이라는 개념은 생소하고 인문과 과학의 관계가 궁금하다. 어떤 이유로 과학의 개념이 인문학 분야에 붙여지게 된 것일까. 더 나아가 어떻게 다른 학문분야 등에도 연관지어 졌을까.

우선 과학이란 지금까지 누구도 반증하지 못한 확실한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보편성과 객관성이 인정되는 지식이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경험보다는 이성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철학 분야를 과연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역사를 공부하는 역사학 분야를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창의성이 바탕이 되는 문학 분야를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고명철 씨는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고 씨는 “본래 학문은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옛날 과학자들이 철학도 하고 문학도 하고 미술도 했던 것처럼 본래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은 연관된 하나의 학문이었다. “하지만 근대로 넘어오면서 그런 학문이 세분화되고 각 학문 분야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안되면서 자연히 각 학문 분야에서 말하는 ‘과학’의 개념도 나눠졌다”는 것이 고 씨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인문학과 과학의 개념이 연결될 수 있을까.
고 씨는 “과학이라고 하면 흔히들 근대적, 합리적, 제도적인 것을 떠올리게 된다”며 “인문학이 과학의 개념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바로 학문의 진리 접근 방법에 있어서 그 과학적 특징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증명하는 진리 접근 방법이 과학과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 씨는 “꼭 과학적 진리 접근 방법의 차용 때문에 다른 분야의 학문을 ‘과학’의 개념과 연결시키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문학과 같은 학문이 근대로 넘어오는 맥락 속에서 제도 학문의 모습을 갖추면서 스스로의 과학적 탐구 방식을 만들었다”는 것이 고 씨의 설명이다. 인문학에서 ‘과학’개념이 그 학문 분야 나름대로의 성격으로 다시 개념화 된 것이다.

‘과학’이라는 말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좁은 의미로는 자연과학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과학이라는 의미의 ‘science’가 어떤 사물을 ‘안다’는 뜻의 라틴어 ‘scire’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이라는 말은 넓은 의미로 학(學) 또는 학문(學問)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과학을 자연과학의 개념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학문의 세계에 들어설 때 먼저 각 학문 분야에서 과학이 어떻게 정의되는가와 그에 맞춰서 어떤 식으로 과학을 적용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