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호 편집장 (freshnblue@skku.edu)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됐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경위들이 끌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12일 오전 11시 55분,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탄핵 안건을 발의했던 새천년민주당(이하 :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을 수구세력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라고 혹자는 표현하고 있다. 전국의 대학가 역시 술렁이기는 마찬가지다. 각 대학 자유게시판은 탄핵을 비판하는 글로 채워지고 있으며, 상당수 대학생들 역시 곳곳에서 열리는 규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탄핵소추를 시도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근거로 대고 있는 선거법 위반과 측근들의 비리 사건은 탄핵으로 가기에 적확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 법조계의 시각이다.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것을 과연 법적 잣대로 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탄핵의 사유로 제시된 측근비리와 경제 파탄을 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탄핵이 성립됐든 되지 못했든 국가적 혼란을 의회에서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이들은 피해갈 수 없다. 탄핵안이 발의된 후 실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반대했던 탄핵소추를 가결로 끌고 갈 수 있는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다수의 힘을 통해 대통령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오만인가, 국회의원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왕따시키는 작전인가.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탄핵을 저지하고자 했던 국회의원들이 단번에 정의의 개혁세력이자 선이 될 수는 없다. 탄핵안 가결을 막기 위해 싸웠던 열린우리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 대통령 지지자들이 절대악과 같이 취급하는 - 한나라당, 민주당과 공조하면서 이라크로 파병할 것을 결정했고 자유무역협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저 의원들 가운데 저들이 비판하고 있는 한나라당, 민주당과 비슷한 비리를 저지른 이들 역시 섞여있다. 그런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노무현 대통령을 개혁세력이라고,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코미디다. 상대 정당보다 10분의 1밖에 불법 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집단이 반대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주장은 아무 의미가 없다. 쓰레기에는 등급이 없다.

굳이 다를 바 없는 보수정치세력들이 개혁과 수구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싸우는 게 국민의 눈을 가리는 정치쇼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일까. 다음 달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유권자들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