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의 분파에도 궁극적 목표는 동일해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경제 용어 중 ‘명목 소득’과 ‘실질 소득’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양의 소득이지만 당시의 물가에 따라 지니는 가치는 달라진다. 이런 맥락으로 봤을 때 여성의 실질 인구는 명목 인구와 같은 규모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관계된다. 그 개념, 역사를 통해 오늘을 짚어보자.

페미니즘 사상의 정의

페미니즘은 사회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제공해주는 이론적 틀이며 동시에 남녀 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실천적 의지를 담고 있는 이념이다. 이는 여성억압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에 대한 접근과 여성에 대한 관점에 따라 여러 분파로 분류된다.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

80년대에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맞춰 노동과 관련된 페미니즘 부분이 주목을 받았다. 여성노동과 계급적 모습들이 주요분석대상이었으며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유행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계급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한다.

계급에 기초한 사회에서 힘없는 다수는 힘있는 소수에게 지배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이 자유를 획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에 덧붙여 가부장제 역시 억압의 체제라고 보는 관점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다.

90년대 초 현실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성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수자 대표는 “이때까지 사회구조라는 거대담론에 가려져 있던 이슈들이 개인으로 옮겨지면서 친밀성의 영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평했다. 문화,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이 유행했다. 여성을 단일한 주체로 설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여성들이 지닌 계급적, 인종적 차이들을 강조하는 관점이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이다. 여성 억압의 근원을 여성의 정신 속에 박혀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과 함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연구도 함께 나타났다. 기존의 페미니즘에 의존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여성을 연구하는 영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변화는 2천년대 사회를 본격적인 지식정보사회로 바꿔놓는다. 지식정보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행동 양식과 생활양식도 변화했다. 디지털 문화로 불리는 2천년대 속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문화환경의 변화는 자아 찾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 또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정치참여의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기도 한다. 이 대표는 또한 “경제활동의 조건이 어느 정도 동등해짐에 따라 2천년대의 삶과 밀착된 부분에서의 여성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페미니즘을 보는 시각

페미니즘의 갈래가 여럿으로 나뉘었다 해서 각 분파들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남/여 관계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같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는 명확한 하나의 이론이 바탕에 있기보다 여러 가지 페미니즘 분파의 요소들이 중첩돼 있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역사적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구의 페미니즘과 차이를 보인다. 분단의 역사와 같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은 페미니즘에도 적용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서구의 대표적 페미니즘인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의 모습을 띄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세력에 의한 신식민지화가 다시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의 여성에 대한 고민이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이다.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탈 식민주의적 경향을 띠며 소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소규모의 운동은 제약이 없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현실적 문제와 함께 이론적 발전을 위한 교류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 시대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의 축적에도 힘쓰는 페미니즘 운동이 전개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