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한 편견 버려야

기자명 박현민 기자 (jade84830@skku.edu)

사회운동의 영향력과 학생운동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페미니즘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93년 8월 서울대에서는 ‘우 조교 사건’이 있었다. 남자 교수가 여자 조교를 뒤에서 안고 몸을 훑는 등의 성적인 수치심을 안겨 준 것이다. 양측의 법정공방 끝에 여조교가 승리하고, 교수가 처벌을 받음으로써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처럼 대학사회 속에서는 성폭력과 같은 여성문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 20대 총여학생회 회장단 최강현주(신방4)씨는 “대학은 다양한 문제제기가 가능한 공간인데 현재는 여성문제를 비롯한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며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 아픔을 같이 나누려는 마음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최강현주씨는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여성문제 보다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의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본교에서 ‘여성과 사회’ 강의를 하고 있는 이인숙 강사는 “오늘날 대학은 학문이나 역사가 다수의 남성 교수들에 의해 전달되게 한다”며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사가 제외된 상태가 되풀이된다는 점이 대학 내 여성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이인숙 강사는 “최고의 지성인을 양성하는 대학 사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여성을 남성과 평등한 인격적 주체자가 아닌 성적대상자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런 대학 내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을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학은 1977년 한 대학의 교양강의로 소개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2년 한국여성학회의 설립으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이후 90년대 들어 숙명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서울대, 계명대 등에 차례로 여성학 학부 연계과정이나 대학원 협동과정이 생겨나고 있다. 본교에도 여성학 연계전공이 생겨나는 등 여성문제를 하나의 학문으로 연구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인숙 강사는 “80년대 여성학 세대가 등장한 이후 여성노동자, 여성빈민을 위한 운동의 시작이나 80년대 민주화운동 등이 자연스럽게 대학 내 페미니즘 운동의 태동을 부추겼다”고 말한다. 페미니즘 역시 어디까지나 ‘소외된 자’들을 위한 권익신장 보호 및 운동 차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학생자치기구의 노력도 있다. 각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문제시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사회문제로도 거론하기 시작했다. 특히 ‘성 정치 위원회’라는 학생자치기구가 20여 개 대학에 설립돼 성폭력 관련 문제를 이슈화하기도 했다.

총여학생회 회장단 권송은숙(신방3)씨는 “과거와 비교해 여성학 강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여성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 부족하다”며 아직 대학 내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성별 구분을 떠나서 현재 우리 대학가에는 페미니즘, 또는 총여학생회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페미니즘이나 총여학생회는 여성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남녀 모두가 평등해지는 세상을 위해 부각된 것이다. 여성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남녀가 지속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