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士)는 존재가치 없어”

기자명 박형진 기자 (rioter@skku.edu)

서울 서소문동의 어느 법무사 빌딩, 전화 받으랴 안내하랴 바쁜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사무실에는 일흔이라는 연치에 비해 너무나 정정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후배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인터뷰했는데 한번 더 하는 것은 너무 위화감 조성하는 거 아닌가” 가벼운 농담으로 첫 인터뷰에 임하던 기자의 긴장을 일시에 누그러뜨려 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선배, 김주경 법무사를 만났다.

본교 법대를 졸업하고 20여년 검찰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지난 88년 서소문동에 법무사 사무실을 개설한 김 법무사는 자신의 사무실 안에 무료상담소를 설치해 법무사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고 영세민들의 권익보호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서민들은 비싼 수입료 부담과 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변호사에게 상담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그런 인식과 부담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많으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사람이란 모름지기 소명의식을 가지고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이 필요로 하지않는 자격사는 존재 가치가 없어요, 자격사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죠”
이미 서울지방법무사회 회장직을 지내고 법무사계에 터주대감이 된 그는 법무사일 이외에도 활발한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민주평통)의 서울지역협회회장단 회장직을 맡아 탈북자 가족에게 분기마다 생활비를 보조하기도 하고 북한에 물품지원을 위해 북한과 강남지역의 자매결연을 맺는데 열중하고 있다고.

또 고향과 문중이라는 뿌리를 중시한다는 그는 “뿌리를 중시하는 이유는 집안의 부유나 출세, 높은 인물 같은 요인이 아닙니다. 올바른 정신을 갖춘 집안, 그 뿌리와 정신이 이어지는 집안이 많아져야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죠”라고 말하며 문중과 고향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는 기자의 말에 “우리학교의 교훈이 인의예지 아닙니까? 앞으로는 물질보다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학교가 많은 발전을 할 것이라고 생각돼요”라며 교훈인 인의예지를 잘 습득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학생이 될 것을 당부했다.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나 인사 후 떠나려는 기자를 끝까지 잡으며 따뜻한 녹차를 대접하고, 자주 좀 놀러오라며 문 앞까지 나와 악수하며 배웅하는 모습에서 기자는 봄날의 햇살보다 따뜻한 선배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