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내부에서 찾는 위기의 원인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인문학의 위기’가 논의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현상이 자리한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여러 대학들이 학과를 통폐합했다는 것, 그리고 인문학도들의 취업률이 낮다는 것이다. 학부대학으로 모집단위가 바뀌고 취업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맞물리면서 인문학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공부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문학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문제일 수 있다. 이에 인문학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인문학

 인문학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고루하고 관념적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한마디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민홍(한문) 교수는 “인문학은 미래 지향의 바탕이 되고,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금의 인문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가장 큰 원인은 “사회의 변동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서구 이론을 중심으로 우리 인문학의 가치가 결정됐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또한 최영진(한국철학)교수도 “전승돼 내려오는 학문을 교육하는데 급급했던 현재의 인문학이 현실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에 비판적 안목으로 현실사회에서 잉태된 모순을 들춰내 주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최 교수는 “인문학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자체 계발이 이뤄져야 인문학은 대중의 삶에 다가갈 수 있으며 인문학의 가치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제적 연구가 거시적 시각 제공

한편, 이 교수는 학문의 미세화가 대중이 인문학을 기피하는 현상을 낳았다고 진단한다. 그는 “인문학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하는 학문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함에도 너무 세분화되면서 거시적 시각이 부족해졌다”고 평가하며 “때문에 현재 인문학이 전공자의 기호만 맞추는 학문으로서 본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반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요한 기대치를 형성할 수 있도록 형식적 교류가 아닌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이 다시 인식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학문간의 대통합이 거시적 시각을 담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한 인문학

실용성만을 중시하고, 교육에서도 투자의 즉각적 효과가 나타나길 바라는 학문 성향이 인문학 위기의 가장 큰 이유이다. 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인문학이 오히려 인간소외를 유발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인격적 고상함과 연결돼 우월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대중과의 괴리는 인문학이 반드시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현실의 모순점에 대한 인문학 자체에서의 극복 방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