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본질 치유하는 장기대책 필요해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언론을 통해 이공계 위기에 대한 지적이 계속 이어지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노력은 사회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정부 각 기관들이 내놓은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과학기술부(장관:오명)에서는 이공계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고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이공계 연구인력에게 장학금과 병역특례 혜택을 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소득비과세를 실시하고,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인력 중개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책은 미봉책 일뿐”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인 이공계 위기의 해결책이 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홍승우(물리)교수는 “지금의 해결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이공계 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처우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포상 제도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많은 해결책들이 언론, 서적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의 공과대학을 예로 들며 교육 중심 대학과 연구 중심 대학을 따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남재도(고분자) 교수는 “이런 주장이 원칙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연구 중심의 학교에 비해 기술을 가르치는 대학은 전문대학으로 취급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학교 선정에 있어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지금의 해결책들은 이공계의 존재이유를 국가 발전과 연결시켜 생각함으로써 학문 자체의 매커니즘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논리에 따른 해결책들이 대학과 연구의 자유로움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핵심 찾기

이공계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가 보장되지 않고, 처우 또한 열악하다는 것이 위기의 핵심이다. 매해 약 9만 여명의 이공계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남 교수는 “대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우 차이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에 나가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아는데 학생들이 미래 보장이 확실한 의대나 약대 등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석한(전자전기)교수는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이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산업성장이 둔화되면서 건강한 벤처의 육성이 이뤄지지 않고 이공계 출신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통로가 가려져 있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이공계의 능력이 발휘되기 위해서

홍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선진화되면 이공계 위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산업체에서는 기술을 자체 계발하기보다 외국에서 베껴오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연구분야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 기초과학분야, 또는 공대를 나온 사람들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아 왔다. 하지만 홍 교수는 “지금은 우리도 기술면에서 다른 나라에 뒤쳐지는 수준이 아니며, 앞으로 자체 기술연구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의 현장성을 강화하는 것도 이공계 생들의 존재기반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실험 위주의 교육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라며 “스스로 문제를 정립하고 해결해나가는 교육뿐만 아니라 문제를 푸는 방법 자체에 대한 교육을 같이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공계생들이 자신이 쌓은 전문지식으로 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이공계 위기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건마련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실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