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본교 홍영두(철학81) 강사

기자명 이상헌 기자 (goots@skku.edu)

봄 같지 않게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던 오후, 홍영두(철학·81) 강사는 오래된 가방과 소박한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다가왔다. 약속시간에 늦은 미안함을 농담으로 전하며 해맑게 웃는 말투에서 강단 위 선생님의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었다.

홍 강사는 본교에서 ‘사회역사철학입문’강의를 맡고 있다. 다수의 학생들이 소위‘돈 안되는 전공’이라며 기피하는 철학도의 길을 23년 째 걸어온 그가 생각하는 철학은 어떨까. “철학은 지혜를 추구하는 학문임과 동시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길로 안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여타 학문과 달리 철학은 전체적 안목과 균형감 있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줍니다.” 그에게 있어 철학은 하나의 잘 짜여진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에게 학습시키는, 또 그 학습을 바탕으로 연구케 하는 학문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사고의 힘을 키워주는 학문처럼 보였다.

그의 이런 생각은 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과도 일맥상통한다.“사회를 지도할 리더양성이 근본목적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대학교육이 직업교육처럼 된 현실은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대학에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사회 전체를 볼 수 있는, 사회성원 전체의 공공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인격체 양성을 해야합니다” 대학의 역할이 이렇다면 구성원인 대학생의 위치는 어디일까. 그는 “대학생은 사회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고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귀중한 사람들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대학의 목적이 그렇듯, 대학생 또한 사회의 성원임을 강조했다.

대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은 기자는 대학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1학년 때 친구와 함께 금잔디 광장에서 낮술을 마시다 수업이 끝난 밤중에 일어났던, 술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다고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겨울 방학 양평 엠티를 꼽았다. 방에 술이 다 떨어져 국문과 친구와 함께 소주를 사러 가면서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했던 이런 저런 얘기, 논두렁에서 서로 넘어진 일,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걸었던 한밤의 설경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고 했다.

대학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는 그. 후배들에게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올바른 삶을 채찍질하기를 당부하며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소박한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에서 기자는 뿔테 안경을 쓰고 고고한 지식을 전하는 강단의 선생님이 아니라 먼저 다가서서 이해하고 노력하려 애쓰는, 성대와 성대학우를 사랑하는 선배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