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역사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지난 3일 600주년 기념관에서 강연회가 열렸다. 마크 피터슨 교수가 진행하는 이 강연회의 제목은 ‘한국인의 한국 역사 인식에 대한 오류’. 제삼자의 눈으로 보는 한국역사의 오류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피터슨 교수는 한국학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강연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했다. 그는 “외국 사람이 자신의 역사를 바꾼다고 화내지 말라”는 말로 강연회를 시작했다. 이어 “당신들은 당신들의 역사를 모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역사를 분쟁과 단절이 많은 역사로 인식하고 조금은 창피하게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침략이 많았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관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역사에서 침략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은 임진왜란과 몽고의 침략으로 인한 전쟁 뿐”이라며 나머지는 큰 침략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임진왜란은 2백만 명이 사망한 큰 전쟁이었다. 그 외 작은 노략질 같은 부분을 임진왜란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피터슨 교수는 “왕조가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한국은 평화스러운 나라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왕조 중 긴 시간을 이어간 왕조도 2백~2백50년에 그친 데 비해 신라와 고려를 비롯 5백18년을 이어온 조선의 역사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속된 조선왕조는 유네스코에 등록돼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역사의 평화로움은 왕권교체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김해 김씨가 가야시대부터 이어 내려온 것을 예로 들며 “다른 나라들에서 지배층을 모두 처단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비제도는 노예제도와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터슨 교수는 “한국역사는 평화롭게 이뤄져왔기 때문에 삼국시대에 있었던 노예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삼국시대에는 민족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구려인에게 신라, 백제의 포로들은 이민족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삼국시대의 노비는 이민족을 전쟁포로로 삼는 노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혁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예계급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고 노비와 노예의 차별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선의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서 변화가 없고 정체된 사회였다고 보는 것은 일본사람들의 거짓말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는 17세기 유교화가 이뤄지면서 가족제도에까지 유교문화가 침투했고 큰 변화가 이뤄졌다. 그는 “17세기에 상속이 남녀 구분 없이 균등하게 이뤄지고 제사도 딸과 아들이 돌아가며 지내던 것이 17세기 이후에는 장자 위주의 가족제도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96년 펴낸 ‘유교사회의 창출-조선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로 우수한 한국학 연구서에 주어지는 ‘연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교수의 열띤 강의는 유교화에 대한 질문들과 함께 이어졌으며 한국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시간이 됐다. 동아시아학술원 손철배 연구원은 “학계에서 논의됐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노비제에 대한 생각은 한국에서의 역사연구 결과와 다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