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호 편집장 (freshnblue@skku.edu)

잠을 자지 않고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의지로 하룻밤을 꼬박 샜다 해도 그 다음날에는 꼭 잠을 자야 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생체 리듬일 것이다. 하루에 9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뇌의 전두엽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사람뿐만이 아닌 모든 동물들에게 있어서 잠은 없어서는 안될 휴식의 방법이 돼 왔다.

하지만 잠이 푸대접을 받아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양의 격언 중의 하나인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에서 알 수 있듯이 잠은 예전부터 게으름의 대명사로 통했고, 고3 시절에 “다섯 시간 이상 잠자는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잠을 적게 자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됐다. 얼마 전에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활동을 하는 것도 모자라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사람의 활동에 있어서 가장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으로 인식될 만큼 대표적인 잉여 시간으로 존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현대인의 생활에서 거의 유일하게 긴장의 끈을 놓고 지낼 수 있는 수면 시간을 줄여 가면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가련한 존재다. 아침에 몇 시간 일찍 일어나 그 시간에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거나 운동을 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일에 매달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불안감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좀 더 삶을 열성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내가 다른 이들에게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불안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즉 현대인의 생활의 원동력은 남들보다 반걸음이라도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나와 경쟁하는 녀석이 나를 추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일지도 모른다.

잠을 줄여가며 자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자기만족을 위함이 아니라 남과의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심리의 발로이기에 슬픈 일인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감은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주된 동력의 하나이기도 하다. 결국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자동차에서 “부지런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과 경쟁자의 불안함으로 쉼 없이 달리는 엔진인 것이다. 이 조바심은 ‘잠’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허락된 여유의 시간마저 뺏어가 버린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나마 잠자는 시간에도 꿈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추월하는 악몽을 꾸고 있을지도. 어차피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그런 당신의 혹사에 대해 개의치 않으며, 단지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뽑아 이윤만 남기면 그만일 뿐이다.

하루쯤 여유를 갖고 잠을 청해 보자. 그 순간만이라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는 일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면 자신의 삶이 어느 정도는 여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