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과 사람의 형질

기자명 박현민 기자 (jade84830@skku.edu)

20세기 중반 미국 하버드대 스키너 교수는 “인간의 성격은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자녀들의 성격은 성장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당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새로운 주장

하지만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부샤드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사람의 성격은 환경의 영향보다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1979년 태어나자마자 각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쌍둥이가 40년 만에 만난 사건에 관심을 가진 부샤드는 두 사람의 유사성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두 사람은 40년 만에 만났음에도 거의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예전에 고혈압과 편두통 등 비슷한 병을 경험했다. 또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나 목공일을 취미로 하는 것까지도 닮아 있었다. 이 사건은 당시 심리학의 정설과는 다른 결과였다. 부샤드는 본격적으로 쌍둥이 연구를 진행해 사람의 성격에 유전적 영향이 강하다고 밝혀냈다. 부샤드의 이 연구는 사람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유전자의 영향이 강한지, 환경의 영향이 강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유전자 그리고 환경의 영향

우리는 환경, 유전자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심리학과 이순묵(심리) 교수는 “사람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유전자와 환경 중 어떤 요소의 영향이 크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우선 성격 형성의 경우를 보면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적 성향이나 활동성, 감정표현 방식 등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유머감각 같은 경우는 가정환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성격, 지능, 질병의 형성

지능의 경우는 인류의 유전학적 개량을 연구하는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란시스 갈톤의 연구와 입양아 연구에서 잘 나타난다. 갈톤은 유명한 학자, 재판관, 정치가 등의 가계를 조사했다. 갈톤의 실험에 따르면 이들의 유전자는 자식의 지능에 50%, 손자에게는 25%, 증손자에게는 12.5%의 영향을 끼친다. 지능 형성에 있어 유전자의 영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입양아 연구를 보면 미미하지만 환경의 영향도 함께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입양아들의 경우 양육환경이 양호할 경우 입양아들의 평균지능이 친부모에게서 양육된 입양아의 다른 친형제들보다 약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미미하지만 환경이 지능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입장을 뒷받침해준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허윤미 연구원은 “입양아들의 지능을 분석해보면 어렸을 때는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나이가 들수록 유전의 영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학계에서는

마찬가지로 질병도 유전과 환경의 복합적 영향을 받는다. 암 같은 경우 유전적 요인이 10%이고 환경적 요인이 90%를 차지한다. 반대로 비만 같은 경우는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들의 비만도를 체크해 본 결과, 80%나 똑같은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까지 한 사람의 특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유전자냐 환경이냐는 식의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요즘 이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됐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한 사람의 형질은 유전, 환경 모두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