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삶 속의 책’을 소개 해 달라는 주문에 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무슨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어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모교를 졸업한지 벌써 43년, 갓 입학했을 때 지금은 두분 다 고인이 되셨지만 당시의 석학 박종화 교수님과 조윤제 박사님이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일깨워 주시던 기억이 새롭고, 영어 문법책 한 권을 사기 위해 시골에서 나무를 해다 판 경험 속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소학, 명심보감, 통감을 읽으며 서당을 다닌 일 등, 책과 관련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니 정말 쏜살같다는 세월이 실감나는 오늘이다.

모교 성균관대학교에서 유학개론, 맹자집주, 논어신강 등 한문과목을 수강하면서 이들 경서에 담긴 심오한 삶의 덕목들을 하나 하나 익혀 갈 때 역시 책 중의 책인 경서를 읽는 것만큼 사람되게 하는 책은 드물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당대의 사상가 안병욱 선생(전 숭실대 명예교수)의 『삶의 보람을 찾아서』, 『사색인의 향연』, 『내일 지상에 종말이 올지라도』, 『고뇌를 넘어서 환희로』는 모두 오래 전에 내가 읽은 책들이지만, 유독 이분의 수상집을 선호한 이유는 저자도 이들 책 서문에서 강조한대로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는 인생도처에서 그런 것에 도전하는 용기와 그것을 넘어서려는 생의 정열을 북돋아 줌으로써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과 보람을 창조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착한 혼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은 흔히 마음의 양식이라고 말하여진다. 거창하게 역사를 움직인 100권의 책을 소개할 입장은 못되지만 책을 통해 선악을 판별하고 책 속의 사건으로 교훈을 삼을 수 있다면 책을 읽는 보람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들이 각자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그 해박한 지식을 통해 전승되는 경험과 식견들이 우리의 삶을 보다 알차고 희망차게 한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책이 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고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정신의 양식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 길은 한층 빛날 것이다. 무슨 책을 읽으라고 감히 권장할 주제가 못되는 필자로서는 우리 후배들이 우선 책을 가까이 하는 풍토를 생활화 할 때 더 알차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운종
법학과 57학번
현 시사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