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의 이해’ 송선호 강사가 추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론(論)』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어느새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들린다. 그의 만화영화는 권선징악의 구도를 지켜왔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환경 파괴, 근대인의 고뇌 등의 주제에 깊이 있게 접근함으로써 만화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이 책은 그의 영화를 모두 접하지 못한 이에게는 흥미진진한 영화소개를, 미야자키 매니아에게는 새로운 분석의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송선호 강사에게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영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접해보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장르를 떠나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작가가 제시하는 ‘주제의식’이 흥미롭다.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다른 속성을 지니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인간과 삶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영화가 표현할 수 없는 세계이다. 애니메이션이 표현하는 세계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마야자키 하야오라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 책을 통해 인문학적 교양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대중예술이라는 큰 틀에서의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는 현대사회에서 대중적인 장르의 예술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수 백만 명의 관객이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문명과 자연’ 등의 큰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더구나 그 장르가 아이들까지 함께 즐기는 애니메이션이고 보면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후기 미야자키의 작품들은 일본을 무대로 펼쳐진다. 그는 일본인들의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이 서구적 이야기 틀과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의 애니메이션이 다루었던 소재에서 벗어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고있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 미야자키 영화에서의 선악구분은
악인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디즈니식의 ‘절대악’과는 다르다. 또한 이런 경향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후기로 갈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간존재의 본질을 묻는 자리에 ‘절대악’이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모순은 있는 그대로 그려진다. 같은 맥락에서 그가 단순히 유토피아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오히려 혼돈 속에서라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런 점이 바로 동양적이면서 현대적이라 하겠다.

■ 이 책이 다른 평론들과 구별되는 점은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거의 모든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하여 제작과정과 작품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면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반응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평론집이라기 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개론서’에 가깝다. 또한 의도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직접적인 발언을 많이 발췌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면서도, 한편으로 ‘제4장 미야자키 하야오론’에서는 그에 대한 종래의 비판적인 시각들과 논점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함으로써 균형 잡힌 접근을 시도한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