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시목 편집장 (ksm7904@skku.edu)

난달 26일 발표된 ‘대입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각 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시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9월 7일자 한겨레신문은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사가 동료들과 함께 조사해 본 결과 Y대 의대 1학기 수시 합격자 12명 중 11명이 모두 강남 출신이 선발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같이 공공연히 시행되는 고교등급제는 사교육비 감소를 외치는 교육부의 방침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대학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등급제란 무엇이고 어떻고 적용되는 것일까? 고교등급제는 말 그대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이 각 고등학교들의 등급을 매긴 후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졸업생들에게 학생부 성적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말한다. 물론 불법이다. 교육부는 3불(不) 사항이라고 지정한 △필답고사(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연히 3불(不) 사항 중의 하나인 고교등급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도 문제도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내신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교육부의 방침과 맞물려 고교등급제 시행 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져 나온 것이다. 고교등급제가 은밀히 시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는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답은 불을 보듯 뻔하게 나온다. 지방에 성적이 좋지 않은 한 고등학생이 있다고 하자. 인문계 고등학교라도 보내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고자 꿈꾸는 것은 헛된 망상일까? 비공식적으로 고교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속칭 좋은 대학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학은 이미 정해지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한 사립대 입시 관계자는 “고교별 학력격차가 큰 상태에서 학교별 내신을 가감없이 똑같이 받아들이라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숨겨도 모자랄 판국에 당연하지 않냐는 말투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고등학교의 등급을 나눠 논 뒤 선발할 때 고려하는 것은 정말 황당한 행동들이다. 많은 대학교들이 변별력을 가질 수 없는 현 대입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수많은 중고등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에게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들이 아니다. 왜 똑같이 노력해서 똑같은 결과를 얻어내겠다는데 미리 선을 그어 차단하는 것일까? 이것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가기위한 사전포석이라고 해석해야 될까? 

교등급제. 각 대학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가벼운 결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실질적인 평준화가 어렵다는 우리 나라 고등학교 현실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피해받은, 또 피해받을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았냐고 묻고 싶다. 부디 ‘예’라고 말하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시행할 수 밖에 없다’가 아닌 ‘아니오’라고 대답하며 ‘서둘러 다른 방안을 고려토록 하겠다’고 말하는 대학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