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와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기자명 이윤영 기자 (sangkmi000@skku.edu)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 M.프루스트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게 됐을 때 낯선 나라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 때문에 출발 전 밤잠을 설치곤 한다.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해외 유명 관광지가 대부분 그렇듯 넘쳐나는 관광객들과 여행사에서 계획한 빡빡한 여행일정으로 인해 사람에 시달리고 일정에 지치기 일쑤다. 여행 에세이라 불리는 책들은 이 같은 경험을 한번이라도 겪었을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겪은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잠시 잊게 하고 새로운 여행에 대한 설렘을 안겨준다.

두 권의 세계여행기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여행」과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을 통해 흥미로운 문화와 위트가 가득한 과거여행과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자유로운 버스여행을 동시에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한 19세기 여행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는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 작가 마크 트웨인의 여행기다. 그는 60세가 되던 1895년, 강연여행으로 약 1년간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하와이-오스트레일리아-피지-뉴질랜드-스리랑카-인도-남아프리카를 돌아봤다.

이 여행기를 읽으면 고작 33km의 속력을 내는 교통수단이 ‘급행’열차라는 내용이나 뉴질랜드가 아시아에 있는 섬이 아니냐는 교수들의 이야기 등 지금과는 사뭇 다른 19세기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은 여행지 곳곳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나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일을 특유의 재치로 양념하여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한편의 우화집 같은 느낌을 자아내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멜버른 컵 경마대회, 오스트레일리아의 상어잡이, 힌두교의 야간 결혼식 이야기 등 여행지의 풍습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도 하고 식민지화·문명화로 인해 변질되어 가는 원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여 여행 에세이를 문명비평서로 격상시키고 있다.

사람냄새 물씬 나는 버스 여행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세계여행」을 통해 재미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손자·손녀가 돼 보았다면 「미애와 루이, 318일 간의 버스여행」에서는 버스를 타고 이 시대의 유목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인 메이컵 아티스트인 최미애와 프랑스인 사진작가 루이 부부는 버스를 개조해 화장실, 부엌, 거실, 침실을 만들고 아홉 살 난 아들 이구름, 두 살배기 딸 릴라와 애견 꼬꼿을 태워 아내의 고향 서울에서 남편의 고향 파리까지 세계여행을 떠난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중국-키르기스탄-카자흐스탄-러시아-터키-그리스-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파리까지 간 후 다시 파리에서 이란-파키스탄-인도-네팔-티벳-중국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318일, 4만 킬로미터를 여행한다. 마크 트웨인과 같은 프로작가는 아니지만 아마추어다운 풋풋한 아내의 글을 통해 강도 높은 고생담을 들을 수도 있고 여행 중에 일어나는 가족 간의 다툼과 화해를 통해 가족애를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남편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생생한 현지인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머릿속에 스크린으로 펼쳐진다. 돈을 요구하며 괜한 트집을 잡는 부패한 경찰, 무기를 든 강도, 오토바이 도둑 등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이 있지만 따뜻한 차와 요구르트를 대접해주는 유목민¸ 눈물을 글썽이며 미애의 손을 잡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시는 고려인 할머니와 같은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현지인들도 있기에 힘들고 지친 여정 속에서도 민족과 언어를 넘는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여행, 다른 문화와 사람에 대한 관용을 배워 가는 과정

누군가 여행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 시작해서 옳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회의를 지나 다른 문화와 사람에 대한 관용을 배워 가는 것이라 했던가.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 단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빈부의 차이 빼고는 지구촌 어느 곳이나 비슷비슷하다. 내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 까...힘들지 않을까...너무나 불쌍하다...라고 느꼈던 사람들은 정작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서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고백하는 저자의 모습이나 문명의 폐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하며 “문명이 시작된 시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백인들은 늘 이런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안전만을 도모했다”고 비판하는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누군가가 내린 여행에 대한 정의가 제법 괜찮은 것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