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역사와 문명'의 나혜심 강사가 추천하는『일회용 사람들』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나 자신의 직업과 관련이 적은 책들을 읽는 데에 상당히 게으른 편이다. 직업을 위해 읽어야 할 책들 사이에서 늘 허우적대느라 정작 나에게 마음과 정신적인 풍요를 가져다 줄 책들은 늘 뒷 순서로 밀어둔다. 여기서 소개하려고 하는 책 역시 정확하게 내 직업분야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언저리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풍부하게 해서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감명깊은 책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 것은 내게 늘 깨어있어야 할 필요를 일깨운다.

이 책은 현대세계에 존재하는 노예의 존재 알리기와 그것의 종식을 위하여 일하는 케빈 베일스가 쓴 『일회용 사람들』이다. 어느 방학 때 서점에 들렀다가 제목이 상당히 특이해서 집어들었던 책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게 하고 바로 폐기되는 일회용 컵, 담긴 음식들을 지탱하기에 버거워 보이는 일회용 접시, 더러운 것을 만져야 할 때 쓰고 벗어던지는 일회용 장갑. 그것들에서 느껴지는 의미 적음, 가벼움, 그리고 거북함이라는 느낌을 살아있는 것들 중 가장 소중하다는 사람들과 결합시키다니. 그래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정말 한동안 날 우울하게 했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이 책은 지구상에 현재 살고 있는 약 2천 7백만 명의 노예에 대한 보고서다. 고대시대에 생산을 담당하던 사회계급이었고 이미 19세기 중반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고 하는 노예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이성적 동물로서 인간의 가치와 자유의 확대,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사회 속에 발생하는 차이들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던 역사 속에서 단순히 노예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형용어로서가 아닌, 노예로서의 구속 속에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그 예로서 프랑스라는 식민 본국에 노예로 와서 살던 말리의 여성, 태국의 매춘여성노예, 가족이 모두 벽돌가마에 묶여 있는 파키스탄의 노예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빈국인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참상이 아니며 물질적으로 도와주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것은 그들의 생활과 부자유가 우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의하면 그들의 노예화는 급속한 자본주의화의 길을 걷고 있는 국가들의 불균형적인 자본의 근대화 과정과 그것을 이용하는 세계의 거대 자본, 그리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이 지구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세계화의 계획들과 연관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노동과 예속 상태에 대해 나는 수혜자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노예상태에 있는 그들이 누려야할 자유와 안위를 대신 물질적인 풍족함으로 향유하고 사는 내가 가져야할 세계인으로서의 겸손을 자주 내게 일깨운다. “전 세계에서 노예들이 고통받고 있다. 파키스탄에 있는 노예들이 당신이 신고 있는 구두와 당신이 밟고 서 있는 카펫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 인도에 있는 노예들이 당신이 걸친 셔츠를 재봉하고 손가락의 반지를 세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