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기증한 카페「창고」주인 박해갑(51)를 만나

기자명 박진희 기자 (puregirl@skku.edu)

촉촉히 가을비가 내렸던 지난 10일 오후, 기자는 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작은 카페 「창고」를 찾았다. 너무 작은 간판 때문일까.「창고」를 찾기란 숨어있는 보물 창고를 찾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겨우 찾은 계단을 따라 오른 그 곳에서‘성균인의 날’에 방명록을 기증해 화제가 됐던 8대 「창고」주인 박해갑씨가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창고」는 82년에 만들어졌어요. 저는 8대 카페지기로 96년부터 근 10년간 「창고」와 동고동락한 셈이죠”라며 카페 안을 둘러보는 그의 눈빛에서 그 세월 동안 배어든 진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82년 군사독재 시절은 참 힘든 시기였죠. 학생들은 이곳에서 전단지를 제작하기도 하고 데모 후에는 이곳이 은신처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요즘은 주로 젊은이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가 된 것 같아요.”라며 바뀐 시대상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예전과 다른 요즘 학생들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요즘 학생들은 술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학생들이 예전 학생들보다 현실에 대한 사고의 깊이가 더 얕은 것 같아요.” 라며 그간 학생들이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을 보여줬다. “이 방명록은‘날적이’라고 불리는데요. 지난 20년 동안 창고에 들른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은 것이에요. 지난‘성균인의 날’에 이‘날적이’를 학교에 기증했어요.” 창고의 전 재산과도 같은‘날적이’를 기증하면서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다고. “예전에 왔던 학생들이 자신이 남겨 놓은 기록을 보고 싶어하는데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워하더라구요. 그렇지만 학교에 기증한 것은 매우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22년 동안 한 자리에 있었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일은 없었을까. “요즘 학생들은 시끄러운 음악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런 작고 조용한 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나봐요. 예전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말이죠. 이러한 공간이 학교 앞에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박해갑씨의 성대를 향한 마음은 누구 못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저는 성대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창고」가 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대생들 덕분이죠.”

지난 22년 동안 학교 앞을 든든하게 지켜준 카페 「창고」. 그 곳을 다녀간 수많은 성균인들의 따뜻한 추억과 그 모든 것을 소중하게 이어가는 박해갑씨의 모습에서 마음 속 깊이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