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시목 편집장 (ksm7904@skku.edu)

본지 1364호(2004년 11월 8일자)에는 교양기초과목의 상대평가로의 변경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했다. 당시  1·2학기 수강학생 간의 형평성, 각 반의 수준 차이, 늦은 공지와 부족한 설명 등의 타당한 근거를 들어 문제성을 진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가 지나면 내년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학생들에 대한 입장 고려 없이 상대평가로 변경한 것에 대한 위험성을 한번 더 논하고자 한다.

인문과학계열 04학번에 ‘ㄿ이라는 학생과 ‘ㄴ’이라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ㄿ이라는 학생은 같은 반 아이들에 비해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1학기 영어회화를 수강(절대평가)해 A학점을 받았다. 그리고 ‘ㄴ’이라는 학생은 ‘ㄿ이 수강했던 똑같은 교수에게 2학기 영어회화를 수강(상대평가)하면서 같은 반 학생들에 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칭찬도 받았지만 다들 뛰어난 성적을 보여 ‘B’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에 과연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까? 물론 기존부터 상대평가로 학점을 주는 강좌에 있어서도 이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명 내의 인원이 수강하는 영어회화 및 기타 교양기초과목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체감이 다르다.

그리고 각반의 수준 차이는 어쩔 것인가? 혹자는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역사학 개론’강좌에서도 각반의 수준 차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80명 내외가 수강하는 그런 강좌와 20명 안쪽의 인원이 수강하는 강좌가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역사학 개론과 같은 수업에서 B이상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48명 이상이며, 영어회화와 같은 수업에서 B이상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12명이다. 강좌의 인원이 소규모이면 소규모일수록 각 반의 수준 문제는 더욱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늦은 공지와 홍보 부재이다. 과연 누구의 말대로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의 변경이 특별한 공지나 홍보가 필요 없는 문제일까? 그렇다면 왜 2학기 영어회화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사실규명을 요청하는 것일까? 상대평가로의 변경이 불가피하고 정말 타당하다면 왜 학생들의 동의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는 지 안타깝다. 대학교육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학생이다. 교육을 받는 사람은 학생인데, 왜 충분한 공지가 불필요한 것인가?

세 가지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마지막 공지와 홍보의 부족이다. 나머지 근거에 있어서도 충분히 학교측에서 내세우는 타당성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러한 것들을 미리 알리지 못하고 지금에 와서 학우들의 불만을 사고 있느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만약 사전에 상대평가로의 변경에 대한 타당성과 불가결성에 대한 학우들의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이끌어냈다면 지금의 진통이 그리 심하진 않았을 것이다. 2학기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학기만 지나면 다음 학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다음 학기는 다음 학기일 뿐이다. 이번 학기에 진통을 겪고 있는 계열생에 대한 구제는 다음 학기를 논하기 전에 선결돼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