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부는 2009년까지 전국 대학(2년제 포함)의 1/4인 87개 정도를 통·폐합하여 없앤다는 것을 목표로 “대학 구조 개혁 유도 정책”을 이번 3월부터 강력하게 추진해나간다고 한다.

이것이 획기적인 개혁안처럼 보이지만, 만시지탄의 궁여지책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학은 경제 성장과 근대화의 견인차이자 상징이었으므로 대학의 설립과 규모의 확대는 진보와 발전을 의미하였다. 그래서 대학은 양적인 면에서 급속하게 팽창하였다. 이렇게 양적으로 급팽창한 대학이 학생수의 감소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산부인과가 불황을 만났던 것처럼, 그 뒤를 이어 대학이 불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여기서 문제는 대학의 구조조정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하느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대학은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이 학문을 생산하고 학자들 양성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왔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주로 외국에서 생산한 학문이나 학자를 수입하는 ‘수입상’ 노릇을 해왔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일류 대학’들도 연구자의 양성에 실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징후이자 결과가 한국 대학의 대학원 정원미달 사태다. 한국 주요 대학의 대부분의 교수자리는 미국 대학 박사로 채워졌고, 학부 졸업자들은 국내 대학원을 기피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그래서 대학원 정원도 미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원 미달의 원인은 학부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국내 대학원 정원은 따른 대학졸업자의 수가 줄어서가 아니가, 국내 대학원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학원의 기피가 대학의 기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학 입학희망자가 줄어드는 것이 대학의 양적인 위기라면, 대학의 학문 및 학자 재생산의 불능과 관련된 대학원 정원 미달은 같은 정원부족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질적인 위기이다.

따라서 대학의 구조조정이 대학정원의 양적인 축소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 사회도 학문의 단순한 수입만으로는 소위 ‘국제적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미 많이 수입한 학문과 학자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학문과 학자를 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절적인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대학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한다. 지금 교육부나 대교협이 대학의 국제적인 경쟁력 향상 등을 내걸면서, 교수들의 국제학술지 발표 논문 수 등과 같은 획일화된 양적인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여 ‘경쟁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양에만 집착하는 의식 수준으로는 학자의 양산과 고유한 학문의 생산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대학의 질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왕 할 수 밖에 없는 대학구조조정이라면 이것이 독창적인 학문의 생산과 학자의 재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