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드라마의 천국이다. 공중파의 황금시간대는 어느 요일 할 것 없이 드라마가 점령하고 있으며, 전체 시청률 1, 2위는 항상 드라마간의 다툼이다. 이런 상황인만큼 각 방송국은 드라마 기획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전투와도 같은 드라마 편성에서 하나 재미있는 점은 ‘사극’이 방송사의 빠지지 않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감각적 영상, 남녀간의 로맨스를 더하며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사극의 시청률이 높다는 점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역사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장보고, 이순신 등 최근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는 위인들은 검색엔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일간지의 문화면, 연예면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렇기에 사극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드라마 속의 잘못된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역사지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은 지난 6일 거북선 침몰 장면을 방영,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역사적 기록 어디에도 없는 이 장면은 드라마 제작진들마저 사실이 아닌 극적인 재미를 돋우기 위한 장치였음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사극도 드라마이기에 다소간의 허구가 포함될 수 있으나, 단순히 극적인 재미를 위해 이 같은 장치를 두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이순신 장군이나 거북선 등을 소재로 문화예술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불멸의 이순신’은 후속작에게 잘못된 모티브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사극의 왜곡은 청소년들에게 역사에 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작자들은 극적 재미를 위한 역사왜곡을 피해야 한다.
동 방송사의 작품인 ‘해신’또한 마찬가지이다. 작품 중반부에 등장한 제나라와 이사도에 대한 묘사는 다소 아쉬움을 남게 한다. 이사도 개인에 대한 묘사는 부정적이지 않았으나, 주인공 장보고의 반대편에 서있었던 인물이기에 고구려 유민인 그의 포부와 역사적 정통성이 긍정적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작년 중국과의 동북공정이 큰 문제로 대두돼 학술적 충돌을 넘어 외교적 마찰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고구려에 관련된 우리 역사는 좀 더 세심하고 긍정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 해신의 이사도 관련 부분이 결코 왜곡은 아니라 할지라도 주의를 더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아쉬운 사례가 남지 않도록 사극 제작자들은 이후 작품에 올바른 역사의식이 드러날 수 있게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감시할 수 있는 젊은 지식인들의 역할이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확산시키는 것은 사극과 같은 주변의 관련 역사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 역사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이라면 TV의 사극부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추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