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 평전』, 펄 벅

기자명 강선아 기자 (viariche@skku.edu)

평전은 그랬다. 평전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비밀 일기처럼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이 살다간 시대를 투명하게 담고 있다. 피터 콘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미국 여성작가인 펄벅의 삶을 책 한 권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출간되자 마자 뉴욕타임즈‘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됐고‘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발자크 평전 또한 ‘역사적 초상화갗인 스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으로‘평전중의 평전’이라 불릴 정도로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수많은 평전 중에서 망설임 없이 두 책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인생의 모태
‘가정이란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인생의 커다란 목표이다’라는 J.G.홀랜드의 말처럼 가정은 두 사람의 인생의 중요한 모태가 된다.
펄벅은 기독교 선교를 위해 중국으로 간 아버지를 따라 40년을 중국에서 살게 된다. 백인으로서 중국에서의 삶은 그녀가 훗날 평생에 걸쳐 인종간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선교사업에 열중한 나머지 가족에게는 무관심하고 권위적이기만 했던 아버지와 희생과 회한으로 힘겹게 가정을 이끌어간 어머니로 인해 공허한 외로움을 느끼면서 자란다. 
발자크 또한 유년시절이 행복하지 못했다. 신분상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던 아버지와 애정 없이 냉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어머니에 의해 발자크는 기숙사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래서 그의 내면은 가족에 대한 애착 없이 저항심만 가득 차게 된다. 

인생의 풍랑 속에서
새뮤얼 스마일즈는‘역경은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인내하도록 등을 떠밀고, 다른 때 같았으면 잠자고 있었을 재능과 능력을 일깨워주는 최고의 동반자이다’고 말했다. 두 평전의 주인공들의 삶을 보면 그들의 재능이 실로 역경을 통해 발현됨을 볼 수 있다.
첫 결혼으로 정신지체아인 딸을 낳고 불임판정을 받게 된 펄벅은 그 괴로움을 소설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대표작인 『대지』를 비롯해 수필, 전기 그리고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70권의 수많은 저서를 남겼고 노벨 문학상도 수상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 대항하는 페미니스트로,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박애주의자로, 많은 고아들의 대모 역할을 하는 헌신적인 사업가로 한 시대의 역사를 세웠다.
일찍이 자신의 문예적 재능을 스스로 깨달았던 발자크는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사무소 공증인을 그만두고 20세에 문학인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출판사업에 잘못 도전하여 엄청난 빚더미에 오르고 이를 갚기 위해 수많은 싸구려 문학작품을 지어낸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벌되는 드 베르니 부인은 발자크가 어린시절 느껴보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과 더불어 여자친구, 동반자, 충고자로서 아낌없는 애정을 주어 그가 자신의 문학에 있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잡이가 된다. 이후 그는 혹독한 집필 작업을 통해 대표작인 『마법가죽』,『루이 랑베르』를 비롯해 총 137편의 소설전집인 『인간희극』까지 탈고하게 된다.
   
평전 속 인물로 다시 살아나기
이미 펄벅과 발자크, 그들의 실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수많은 저서와 새롭게 탄생한 이번 평전을 통해 다시 살아 숨쉬게 됐다.
펄벅의 책 속에서 묻어나는 철학과 헌신적인 봉사정신은 그녀의 비범한 열정을 느낄 수 있고 동시대 사람들에게 바보로 비치던 발자크 역시 그의 작품 속에서 시대의 가장 엄격한 예술적 지성인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두 평전의 작가들은 두 인물의 삶도 한편으로는 평범한 인생의 범주에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펄벅이 자신의 장애아를 보육원에 맡기고 평생을 안도감과 죄책감 속에서 힘들어했던 것이나 인류 전체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그 사랑을 전달함에 미숙했던 것이 그렇다. 또 귀족의 삶을 숭배해 자신의 이름을‘드 발자크’로 우기던 그의 모습과 자신의 빚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귀족부인을 쫓아다닌 그의 모습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