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상준 편집장 (mindmovie@skku.edu)

근 대학가에는 친일청산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일본 시마네 현의 ‘독도의 날’지정과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인해 달궈진 반일감정이 대학가에서 학교 정기를 바로잡는 운동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의 학생단체는 앞다투어 설립자, 재단 이사장 역임자, 총장 역임자 중 친일인사로 알려진 인물을 파헤쳐 학교를 바로잡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의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타 대 학생들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우리 또한 학교의 역사에 친일인사가 있었는지 찾는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 친일청산 바람에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 학교의 설립자가 심산 김창숙 선생이기 때문이다.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가이자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도 민족을 먼저 생각했던 사상가,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라고 불렸던 심산 선생의 흔적은 아직도 청년심산의 인식 곳곳에 남아있다. 행사시 교가보다도 널리 불려지는 ‘민족성대진군갗, 매년 봄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 ‘나는 누구냐’, 입학 시 받게되는 ‘심산 김창숙 문존’등에서 청년심산들은 살아 숨쉬는 심산선생을 만날 수 있다.

지만 학내를 둘러보면 성균인들의 심산 선생에 대한 인식이 다소 소홀해진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성균인의 인식 속에서도 점점 ‘심산’이란 이름이 잊혀져 간다는 생각이 들지만 특히 심산을 기념할 수 있는 상징물을 찾아보면 이와 같은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많은 대학은 설립자의 동상을 학교의 중심이 되는 본부 건물의 앞이나 정문에 세워 놓았다. 최근 친일파로 지탄을 받고 있는 고려대 설립자 김성수, 이화여대 설립자 김활란의 동상도 버젓이 대학본부의 앞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심산상은 외부인의 눈에 별반 띄지 않는 자리에 서있다. 인사캠의 경우 중앙학술정보관 앞에 있어 주목을 받기 어려우며, 학생회관 앞 민주십자로에 심산상이 위치해 있는 자과캠 역시 캠퍼스를 대표하는 자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 캠의 어떤 건물에도 ‘심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는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현재 ‘호암관’으로 명명된 건물이 잠깐 동안 ‘심산관’으로 불린 일이 있으나 그 이름은 이제 잊혀진지 오래이다. 심지어 전시홀, 강의실 중에도 ‘심산’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 곳은 없다. 고려대의 ‘인촌기념관’, 서울대의 ‘우석홀’ 등에 비해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다.

년 1월 KBS 인물현대사에서 ‘심산’을 다룰 때 대학본부에서는 SMS문자를 통해 학생들이 해당 방송을 시청할 것을 권고했다. 본부에서 이처럼 설립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 한다면 앞으로는 좀 더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친일파의 동상까지도 버젓이 세워 놓는 타 대에 비한다면 우리가 심산 선생의 주목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심산 되새기기를 통해 진정한 ‘민족 성대’를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