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말아톤’이라는 영화는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가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는 11일부터 13일에는 한 민간 통일단체의 주최로 장애인 130여명이 금강산에 올라 통일을 염원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4월 20일은 지난 1981년 이래 25회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장애인의 날’에는 전국 각지에서 체육대회와 기념식을 열어 장애인의 화합과 친선을 도모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장애인에 대한 소식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와 함께 ‘그들’이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에 감동하기도 하고 ‘그들’이 당하는 부당한 권리침해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감동과 분노의 이면에는 ‘그들’ 속에 포함되지 않은 ‘나’를 향한 안도의 한숨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가? 물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결국 ‘남’이듯, ‘내’가 장애를 갖지 않는 한, 장애인도 결국은 ‘남’일 것이다. 장애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장애인을 백퍼센트 이해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위선이다. 장애인들도 그러한 식의 말이나 행동을 보게 되면 불쾌감 내지 모멸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장애인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간극은 그만 두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가능하다. 즉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일이다. 내가 장애를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어떠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할 수는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최근 건축 분야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근래 대두되고 있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이는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건물,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보편적 디자인의 원칙 중 첫 번째가 동등한 이용(equitable use)이다. 즉 어떤 집단의 이용자에게도 사용 가능하여야 하고, 판매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것이 꼭 일반인에게도 편리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장애인과 일반인 모두에게 안전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렇게 볼 때 보편적으로 디자인된 시설 및 공간을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최근 건물 신축 및 리모델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에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학내 곳곳에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강의실이나 학생식당에도 장애인 전용 좌석이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언덕이 많고 가파른 학교의 지리적 특성 상 장애인이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여전히 불편한 구조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학교의 장기적인 발전계획에 보편적 디자인 개념이 보다 철저히 도입되어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도 편리한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아울러 학생 및 교직원들도 캠퍼스 공간의 우선권은 장애인에게 있음을 항상 새겨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