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진 기자 (nowitzki@skku.edu)

공학계열 소속인 기자는 입학 이후 5학기 동안 도합 1천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냈다. 이 동안 부끄럽게도 본인은 직접 내지 못하고 50이 넘은 부모님께 그 많은 등록금을 의존해 왔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한 달에 얼마 하는 생활비, 그리고 대학생의 품위 유지비(?)까지 합치면 못난이 대학생 한 명이 부모님을 단단히 고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신문이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낳아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어버이날은 본래 어머니날로 출발했는데 아버지들의 노고(?)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얼마 후 어버이날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버이날은 우리나라에 있는 여타 기념일에 비해 결코 그 위상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있는 어린이날에 다소 밀리는 감이 있다. 아마도 자식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중요하게 지내야 할 어버이날을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보내게 되는 주요 원인인 듯 하다(한편으로는 어린이들이 이 날을 유난히 좋아해 여기저기에서 상당한 돈을 쓰는 것도 이틀 뒤의 어버이날이 조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생각도 든다).

어버이날의 상징은 ‘희생’으로 대표되는 부모들의 지극한 자식사랑이다. 많은 부모들은‘나와 같은 고생을 자녀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핏덩어리들을 출세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고 빚을 내 가며 자식을 가르쳐 왔다. 자녀의 능력을 떠나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 컸다고 자부하는(?) 대학생들에게 새삼스럽게 어버이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 고리타분하다고 할지 모른다. 진보를 표방한다는 대학신문이 갑자기 효에 관한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보수의 대표 가치 중 하나가 효도를 포함한 ‘가족의 가캄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는 것은 진보-보수를 떠나 한국인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이념적 요소에 따라 좌우될 것이 아니다.

어머니/아버지를 생각하는 자녀의 존경은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경우에나 표현되는 대표 사례이다. 이는 묘하게도 직접 드러내기 부끄러워서, 혹은 부모에 대한 젊은이 특유의 반항심 때문이다(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일요일에 대부분의 대학생 독자들, 아니 부모가 있는 모든 성대신문 독자들은 어버이날의 상징인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거나 부모님께 드릴 특별한 선물을 마련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1년 내내 어버이날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마음 속에 있는 진짜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마음으로 전달해 보자. 마지막으로 다른 자식들처럼 못난이 대학생도 부모님의 은혜를 갚을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