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선(가경소)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늘날 질주하는 사회의 변화 물결은 가족에도 예외는 아니다.

가족은 정부나 학교, 그리고 종교단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앨빈 토플러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불과 5-6년 전만해도 가족이 핵가족화 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이 가족의 주요 화두였으나, 이러한 문제들이 미처 정리되지도 않은 채 다양한 형태의 가족-함께 또 따로 사는 주말부부가족, 기러기가족, 무늬만 부부인 심리적 별거가족, 의도적 무자녀가족, 한부모가족, 재혼가족, 혼자가 좋은 독신가족, 입양가족, 독립선언의 실버통크족, 나눔의 집 집단가족 등-이 봇물 터지듯 출현하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이를 수용할만한 의식상, 제도상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즉 가족은 사회문화적 요구에 따라 개인과 사회체제를 연결하는 톱니바퀴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가족만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와의 연결고리 기능을 다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가족은 사회변화와 불가분의 관계로서 사회체제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체제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델로레스 헤이든은 ‘다시 설계하는 아메리칸 드림’(Redesigning the American Dream)에서 ‘남자다움이란 적극적으로 부모노릇을 하고 가사를 분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들은 어머니 세대의 삶의 방식과 결별하고 있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남녀간에 갈등은 발생된다. 이제 여성들은 더 많은 교육, 더 좋은 취업의 기회, 더 적은 가사노동의 환경을 갖게 됨에 따라 결혼을 기피하고, 계약결혼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지식정보사회 환경에 살면서도 산업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모순이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출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성출산휴가 및 육아를 위한 유급휴가제도와 같은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됨에 따라 자녀양육과 가사에 부부가 공동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이를 위한 남성의 적극적 적응 전략이 있을 때, 비로소 가정에서 ‘아버지 자리 찾기’는 가능해질 것이다.

여기에 가족은 단순한 사회제도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며, 우리가 기억하는 다양한 추억과 경험,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미지 등을 갖는 상징적 실체임을 부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미래의 아버지들은 출산과 수유는 어찌할 수 없더라도,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도 데려가고, 학교급식도 해주고, 학부모회의에도 참석하고, 운동회에 가서 가족과 함께 김밥도 먹고, 뜀박질도 하며, 가슴 속 깊이 묶어놓은 부성(父性)도 꺼내어 ‘아버지와의 추억 만들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일생 열심히 일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이미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탄탄하게 형성된 母중심가족(울프는 자궁가족-Uterine Family-이라고함)안에서 외롭게 소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많은 아버지들을 돌아볼 때, 이제 남성들 스스로 가정적, 사회적 역할변화에 대한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더불어 현재 우리 가족이 있기까지에는 아버지의 힘과 노력으로 가능했음을 돌아보게 하는 어머니의 교량적 역할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하면 가족이 밖으로는 열린 마음으로 주변의 소외된 다양한 가족을 돌아보며, 안으로는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여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가족을 위해 나의 잠재된 힘을 발휘하여 서로를 지지하며, 또한 정서적 안식처를 향하여 ‘변화’를 위한 진솔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가족이 의도적으로라도 한자리에 모여 찻잔 나누며, 성(性)과 세대(世代)간의 간격을 줄여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