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 (사회학)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를 했다. 집회 소식에 놀란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시위의 성격과 규모가 달라지긴 했지만, 근래에 보기 드문 청소년들의 집단행동이었다. 고등학생들이 이처럼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던 이유는 심각한 내신 경쟁 때문이었다. 대입 내신 경쟁으로 인해 교실분위기가 말이 아닌 모양이다.
비록 고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학에서도 취업난 때문에 학점 경쟁이 심화된 지 오래이다. 소위 “20 대 80 사회” 이론은 이미 오래전에 등장한 것이지만, 현재 우리의 형편은 1등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경쟁’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교환’, ‘협동’ 이나 ‘갈등’과 더불어 본질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유형 중 하나이다. 경쟁은 복수의 개인들이나 집단들이 똑같이 달성할 수는 없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 서로 그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경쟁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시장에서의 경쟁과 그에 수반하는 보상의 사적 소유를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경쟁보다 평등을 중시했던 사회주의 체제가 생산성 저하 문제에 봉착하여 붕괴된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경쟁이 동기부여를 통해 사람들의 노력을 이끌어 내고 능력 발휘를 견인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쟁을 통해 사람들은 더 높은 성취를 이루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잘못된 경쟁’은 역기능을 낳는다. 경쟁의 속성상 ‘지나친 경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잘못된’ 경쟁은 분명히 있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쟁과 경쟁의 결과에 대한 평가 틀이 잘못된 상태에서의 경쟁이 바로 잘못된 경쟁이다. 어른과 어린이를 싸움 붙여 놓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전자의 경우라면, 고등학교 내신경쟁은 후자의 예에 해당한다. 학교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력차를 무시한 잘못된 평가 틀 속에서 경쟁을 부추기다 보니 경쟁이 왜곡되는 것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에 따른 신자유주의 추세는 국가와 기업간 경제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경제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직업세계는 경제에 배태되기 마련이며, 이에 따라 직업세계도 핵심직업과 주변직업으로 양극화되는 양상이다. 핵심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분야로의 진출경쟁은 더욱 극심해져서 취업을 비롯한 사회생활에서의 경쟁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경쟁을 피할 방법은 없다. 또 경쟁은 경쟁인 만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스스로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뛰어난 능력 계발이 중요하고 본인의 적성과 능력을 결합시키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변화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독서를 통해 기본소양을 착실하게 쌓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는 경쟁을 하는 것이다. 또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었을 때, 패자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아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만 진정한 경쟁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