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1992년 수교 이후 만 13년이 흐른 지금, 한중 양국은 몇 십년간 이산가족으로 살았던 형제가 다시 만난 듯 아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와 미래에도 중국과는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초고속 경제발전은 한강의 기적을 능가한다. 특히 2003년 10월 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미래에 관한 보고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브릭스(BRICs)와 함께 꿈을: 2050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와 함께 미래의 세계경제를 리드할 최강국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은 4년 안에 독일을, 2015년에 일본을, 2039년에는 미국을 따라잡게 된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최종 평가였다.

이러한 때 우리 학교에서 국내 대학중 처음으로 ‘중국경제경영분야의 최고전문가 배출’이라는 기치아래 중국대학원을 개설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중국의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를 원장으로 초빙하고 ‘1+1’ 교육체제 하에 중국에서의 강의는 현지교수들의 중국어 및 영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전국의 젊은 장용와호(藏龍臥虎)들이 모여들어 우리 학교의 중국대학원이 중국전문가 양성의 메카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우리 모두 꿈꾸어 본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중국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할 때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삼성 애니콜을 명품으로 찬양하는 중국 젊은이들로 자족해서는 안된다. 미래에도 중국이 언제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우리의 영원한 ‘요전수(搖錢樹)’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류를 따르는 일부 ‘합한족(哈韓族)’보다는 중국을 리드하는 지식인들의 한국 인식은 어떠한가 숙고해야 한다. 조선(朝鮮)은 지난 날 자기들에게 조공을 바치던 속국이라는 집단무의식이 그들에게 존재한다. 일본사의 부제가 현대화된 동방의 문명국가인 반면 한국사의 부제를 비극의 순환과 숙명으로 명명한 것이 이같은 무의식을 드러낸다. 과거의 역사로 인한 그들의 우월감은 조만간 우리를 추월하여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을 때 더욱 강도있게 표면화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목전의 소리(小利)나 화이부실(華而不實)한 가시적 교류성과를 위해 금전만을 앞세우는 굴욕적인 외교는 금물이다. 1995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 江澤民 국가 주석이 붉게 물들은 한국의 가을 단풍을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杜牧 <山行>)라고 표현하였듯이, 고전에 대한 소양으로 무장된 중국의 각계 리더들을 더 이상 얄팍한 언어 능력과 천박한 상술(商術)에만 의존하여 상대할 수는 없다. 21세기 중국은 그들의 문화와 문학, 예술, 역사 등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중국어능력시험(HSK) 성적과 경제경영 이론만으로 겨루기에는 너무 거대한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과 대등하게 동아시아 주역으로 자리잡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고전시나 경전을 인용하는 그들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장돌뱅이 ‘소백검’이 아니라, 과거의 조공과 고구려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고전인용을 통해 ‘온유돈후(溫柔敦厚)’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응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전문가 양성의 메카를 꿈꾸는 중국대학원이 절름발이 인재만을 양산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기를 우리 모두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