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파리오페라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김용걸 씨

기자명 이곤미 기자 (luckygm@skku.edu)

   
▲ 문화인과의 동행 인터뷰 사진
<프로필>
△ 부산예술고등학교 졸업 (1991)
△성균관대학교 무용과 졸업(1995)
△ 모크스바 국제 발레 콩쿠르 3위 입상 (1997)
△ 파리 국제 발레 콩쿠르 듀엣부분 1위 수상 (1998)
△ <돈키호테>, <호두까기인형>, <백조의 호수> 외 다수 공연
△ 1995~1999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 2000. 7. 파리오페라 발레단 입단, 現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지난 8월 5일, 우리 학교 무용학과 동문 공연이 열렸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에서 현재 파리오페라발레단 드미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걸 씨가 성균관 동문의 자격으로 이 무대에 오른다고 해 공연장을 찾았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 3대 발레단 가운데 하나로 여기에 입단한 발레리노는 그가 국내 최초,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다. 부산한 공연장 한 켠, 오랜만에 모교 무대에 오르며 영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이 앞선다는 ‘겸손한 발레스타’ 김용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남자무용수로서 느끼는 발레의 매력이란
15세 때 무대 위 발레리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한눈에 매료됐다. 말과 글, 그림 등 많은 수단이 있지만 특히 몸짓으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에 크게 끌렸다. 무대 위에서 그러한 몸짓을 통한 무용수와 관객들 간의 상호교감이 발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발레리노의 매력이라면 흔히들 떠올리는 발레의 여성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동작이 크고 많은 역동적인 모습이 아닐까. 남자무용수로서 더 높은 점프와 힘찬 회전을 하면서 많은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 파리오페라발레단으로 입단하기까지,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98년 국제파리대회 듀엣부문 우승의 영향이 컸다. 그 때 나 자신에 대한 가능성도 느낄 수 있었고, 밖에 나가 외국 무용수들과 많이 겨루며 실력을 쌓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던 중 200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객원 오디션에 지원해 5명 중 세 번째로 선발됐다. 이후 5개월 내에 정단원 오디션이 있었는데, 그 오디션은 만 26세의 나이제한으로 내겐 마지막 단 한번의 기회였다. 바로 그 기회가 끝나기 전 파리오페라발레단과 인연을 맺게 돼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그렇지만 다시 맨 처음, 군무(群舞)배역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의 편한 길을 마다하고 왜 이곳으로 왔느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에 대한 도전이 매력이다.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한 변화를 원했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물론 지칠 때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견디니 어느 순간 이 곳에서 인정받고 가족으로 받아들여져 있더라. 아직 최고의 배역은 아니지만 그 자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 문화인과의 동행 인터뷰 사진
■ 유럽과 국내 발레를 비교한다면
이 곳에서는 움직임의 다양성에 대한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남자무용의 부분에서 두드러지는데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요소가 훨씬 많다. 이에 비하면 국내 발레는 레퍼토리의 확보가 부족하다고 본다. 해외에서 활동하다보니 아무래도 국내 발레에 대한 문제를 많이 느끼게 되는데 대중화되지 못한 국내 발레 문화가 참 아쉽다. 일례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은 매년 200회의 공연을 실시하는데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은 연중 10회도 채 되지 않는다. 인프라의 부족과 전문교육 시스템의 부재, 지원 미비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물론 국내 발레에 대한 우리 관객들의 관심도 더욱 필요하다. 

■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평을 듣는다. 무용수로서의 자신의 신념은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나의 신념이다. 준비되어 있을수록 기회는 더 자주 찾아온다. 누가 무용수인 나에게 슬럼프에 관해 묻는다면 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한다. 슬럼프는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물론 힘들 때도 많았다. 국내에서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무대구석 제일 뒷줄의 외국 생활이 초라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고 긴 부상에 시달렸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슬럼프라 여기지 않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밑바닥까지 비우면 처음의 자세로 반드시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지금 당장은 오늘 동문 공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최고의 자리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소박하고 성실한 자세가 바로 현재의 그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방금까지도 연습을 하다 온 듯 커다란 배낭에 샤워가방을 멘 수수한 차림의 그는 아무래도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이 어울리는 진정한 ‘스타’다. 머지않아 세계에서도 수석부용수로 무대를 누빌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